- EFSA, 사카린 1일 섭취 허용량 5mg → 9mg 상향 조정
- 대체품 대비 뚜렷한 강점 없어, 우리나라는 ‘글쎄?’
유럽식품안전청(EFSA)가 인공 감미료의 한 종류인 ‘사카린’에 대해 ‘안전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사카린에 대한 식품 안전성 재평가를 진행한 결과다. EFSA에서는 이번 결론과 함께 사카린의 1일 섭취 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 ADI)을 체중 1kg당 5mg에서 9mg으로 상향 조정했다.
평생동안 매일 섭취해도 안전한 양
ADI란 특정 물질이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설정한 ‘안전 섭취량’을 의미한다. 어떤 물질을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최대량을 의미한다. 즉, 식품이나 화학 물질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첨가물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정해지는 값이다.
보통 ADI를 설정할 때는 먼저 동물 실험 및 임상시험 등을 통해 해당 물질의 독성, 발암성, 기타 건강상 영향 등을 평가한다. 그런 다음 여기에 독성이 나타난 최저 용량을 기준으로 ‘안전 계수’를 적용한다. 안전 계수를 적용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물질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물질의 섭취 허용량을 더욱 보수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ADI는 한 번 정해진 뒤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 안전성 관련 데이터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결과가 업데이트되면 그에 맞춰 ADI도 새롭게 정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이전까지 사용 승인을 받았던 모든 식품 첨가물에 대해 안전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품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과학적으로 최신화된 근거를 기반으로 식품 안전기준을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연구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 사카린 ADI 상향 조정
사카린의 ADI인 ‘체중 1kg당 5mg’은 1995년 정해진 수치였다. 1970년대에 실험을 통해 사카린으로 인해 쥐의 방광에 종양 발생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에 사카린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사카린 사용과 관련된 여러 규제가 마련됐다. 이후 실험 결과에 대한 논의 등 사카린의 안전성을 재검토한 뒤 1995년 ADI가 정해졌다.
그러나 현재 학계에서는 종양 증가가 수컷 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며, 인간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지난 9월 이에 관한 연구결과가 채택됐으며, EFSA 공식 홈페이지에 11월 15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EFSA의 전문가들은 사카린이 DNA 손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사람의 암 발생 위험과 관련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에 EFSA는 사카린의 ADI를 체중 1kg당 9mg으로 기존 대비 상향 조정했다. 즉, 더 많은 양을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의미다.
사카린, 대체품 대비 강점 없어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1995년에 설정됐던 기존 ADI(1kg당 5mg)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1981년과 2008년 각각 아스파탐과 스테비아 등 다른 감미료가 개발되면서 사카린은 사실상 주류에서 밀려났다고 할 수 있다.
아스파탐과 스테비아는 사카린보다 더 나은 맛과 안전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경우 열량이 거의 없고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는 물질이다. 아스파탐의 ADI는 체중 1kg당 40mg으로 사카린에 비해 무척 높게 설정돼 있으며, 미국 FDA와 유럽 EFSA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돼 있다.
스테비아의 경우 화학 물질이 아닌 스테비아 잎에서 추출한 자연 성분이다. 칼로리가 없거나 매우 낮고 설탕보다 최소 50배에서 최대 300배의 단맛을 낸다. 스테비아의 ADI는 체중 1kg당 4mg으로 설정돼 있다.
사카린은 여전히 일부 식품에서는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금속성 맛이 난다’라는 평을 받는다. 이에 비해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아는 보다 자연스러운 단맛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렇듯 부정적 인식에 더해 다른 감미료 대비 뚜렷한 강점이 없기 때문에 현재 사용 빈도는 적은 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현재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예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카린의 안전성이 재조명됐다고 해도, 과거의 부정적 프레임이 벗겨지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EFSA가 내놓은 새로운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큰 반향이 없을 거라고 내다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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