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고속도로 가족> (Highway Family,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기우'(정일우)는 임신한 아내 '지숙'(김슬기)과 두 아이 '은이'(서이수), '택'(박다온)를 데리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기우'는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2만 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고(돈은 계좌 이체로 갚겠다고 말하지만, 그럴 리 없다),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받은 돈으로 가족은 하루하루 먹고산다.
어떤 날은 돈을 적게 받아 간신히 컵라면과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고, 어떤 날은 휴게소 식당의 정식이란 정식은 모조리 먹는 축제의 날이 된다.
어느 날, '기우'에게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는 사장 '영선'(라미란)은 주요 타깃이 된다.
아들을 잃은 탓에 '영선'은 두 아이의 몰골을 보며(특히 화장실 세면대에서 굶주림에 수돗물을 마시는 '은이'를 본 모습에), 가슴 한편에서 아픔을 느끼고, '기우'가 요구했던 2만 원에 5만 원을 더 건네준다.
시간이 흐른 후, '영선'은 다른 휴게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기우'의 모습을 보며 경찰에 '사기죄'로 신고한다.
'기우'가 과거 사기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유치장 신세가 된 상황에서, '영선'은 남은 가족을 자신의 중고 가구점으로 데려간다.
어떤 상황이든 '기우'에 대한 사랑으로 적응하고 버티며 살아왔지만, '영선'을 만나면서 '지숙'은 점차 새로운 삶에 눈을 뜬다.

한편, '영선'의 남편인 '도환'(백현진)은 갑작스럽게 생겨버린 '객식구'에게 무뚝뚝한 듯 은근한 정을 내비치면서 챙긴다.
그렇지만 과거의 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도환'은, 어느 순간 발생한 사건으로 한계점에 도달한다.
<고속도로 가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텐트를 설치하면서 살아가고, 혹여나 적발되면 다른 휴게소로 떠돌이처럼 이동하던 한 가족이 '영선', '도환' 부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0월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고속도로 가족>은, 조감독으로 현장 준비를 거친 이상문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이다.
영화는 엔드 크레딧에서 "한국 사회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는 내용의 자막을 내걸었다.
그만큼 이상문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느낀 것들에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먼저, 서울의 주요 번화가에서 차비가 없다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들을 만났던 것을 기초로 관련된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그중에서도 감독은 미국과 일본의 '홈리스'들을 흥미롭게 봤는데, '부부'나 '가족 단위'의 홈리스 비중이 한국보다 높았다는 것.
홈리스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 감독은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며, 그로 인한 상처가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사회 안에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홈리스들이 살아가는 장소를 서울의 번화가가 아닌 고속도로 휴게소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이상문 감독은 먹거리, 편의시설은 물론이며, 주변에 작은 숲처럼 조성된 휴식 공간까지, 휴게소가 누군가에게는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잠시 스쳐 가는 인연만 있으며, 누구도 깊게 관계 맺지 않으려는 공간 역시 휴게소였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가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보루('기우'가 'OTT'와 관련한 보도가 표지인 경제 주간지를 읽는 것은 의미 있는 장면처럼 보였다)이기도 했다.
이런 요소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기우'의 과한 행동 등으로 인해 관객의 마음을 불안케 한다.
우리 사회의 궂긴 문제들을 한 서사에 집약하다 보니 영화의 전개는 과잉됐고,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물은 억장을 무너뜨리게 한다.
이상문 감독은 엔딩을 많이 고심했다고 하면서, 지금의 엔딩이 "우리는 이런 가족을,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가? 개인의 선한 의지가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과잉된 엔딩에 대한 호불호는 꽤 갈리겠으나, 이런 과잉된 상황을 만들어가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찬사'를 해도 될 정도로 작품은 인상적이었다.
라미란, 김슬기와 같은 배우들이 '코미디' 요소만 가득하다는 편견이 있는 관객이라면, 두 배우가 선보인 다양한 감정에 새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의 '윤호' 역할로만 인식이 박혀 있는 정일우는 이번 작품에서 극이 흘러갈수록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하고,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가장 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두 아역 배우의 활약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속도로 가족>은 배우들의 연기는 매끄럽게 하이패스로 통과됐으나, 그 연기를 보는 관객 마음은 답답하게 서행 및 지체를 반복하는 작품이 됐다.
2022/11/10 CGV 용산아이파크몰
- 감독
- 이상문
- 출연
-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서이수, 박다온
- 평점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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