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로 몸짱 노리다…뜻밖에 ‘확’ 늙을 수 있다, 왜?

노후의 삶에는 재산에 못지않게 근육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근육 만들기 열풍이 거세다. 닭가슴살과 고단백 도시락, 단백질 보충제는 이제 운동 애호가를 넘어 전 세대의 필수 식단이 됐다. 하지만 근육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벌어지는 단백질 과잉 섭취는 오히려 몸의 장기를 망가뜨리고 전신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30은 '권장량 2배' 과잉, 4050은 '육류 섭취' 급증
우리 국민의 단백질 섭취는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바디 프로필과 근육 만들기 열풍의 중심에 있는 20~30대 남성들의 단백질 과잉 섭취는 심각하다. 이들 젊은 남성들의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권장량인 약 65g의 1.5~2배(100~120g)나 된다. 보충제는 물론 닭가슴살 팩이나 고단백 도시락 등 자연식품을 통한 과잉 섭취가 일상화된 탓이다.
중장년층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2024년)에 따르면 최근 40대와 50대 남성들의 육류 섭취량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50대 남성의 육류 섭취량 증가폭은 29.3g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크다. 사회 활동에 따른 회식 문화와 함께 "힘을 쓰고 건강하려면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단백질 과잉 섭취를 부추기고 있다.
단백질 과잉 섭취의 그림자…콩팥은 '소리 없는 비명' 중
문제는 우리 몸이 처리할 수 있는 단백질의 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단백질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질소 노폐물은 몸속 정수기에 해당하는 신장(콩팥)이 걸러낸다. 과도한 단백질 흡수는 신장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대한신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2024년)를 보면, 고단백 식단을 지속한 그룹은 일반 식단 그룹에 비해 신장의 여과 기능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미세 단백뇨 발생 빈도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이라는 연금을 쌓으려다 신장을 파산시키고 혈관 석회화를 앞당겨 노화 촉진의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아미노산 '류신', 혈관을 딱딱하게 굳힌다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혈관 건강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2024년)에 따르면, 하루 칼로리의 22% 이상을 단백질로 채우면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주범은 단백질 속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이다. 과잉 섭취한 류신은 혈관 내 면역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해 혈관 벽에 찌꺼기를 쌓이게 하고, 결국 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뼈 건강을 위해 먹은 칼슘이 혈관을 막는 '칼슘의 역설'처럼, 근육 만들기를 위해 먹은 단백질이 혈관을 망치는 '단백질의 역설'이 발생한다.
세포의 자정 기능 멈추게 하는 단백질 'mTOR'의 경고
더욱 심각한 것은 세포의 노화 가속화다. 우리 몸에는 세포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특정 단백질(mTOR)이 있다.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면 근육 합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잉 섭취는 mTOR를 지나치게 많이 자극한다.
국제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실린 최신 연구(2025년)를 보면, 끊임없이 활성화된 특정 단백질(mTOR)은 세포 안의 노폐물을 치우는 자정 작용인 '오토파지(Autophagy)' 기능을 억제한다. 세포 속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염증이 생기고 전신 노화가 빨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근육 연금' 건강하게 쌓으려면...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
근육은 노후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기초 공사인 장기 건강을 무시한 채 층수만 높이면 건물이 무너지기 쉽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똑똑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단백질의 양보다 분산에 집중해야 한다. 하루 섭취량을 세 끼와 간식으로 고르게 나눠야 신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식물성 단백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에 콩,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섞어 먹으면 혈관 노화를 막고 근육을 지킬 수 있다. 셋째, 충분한 수분 섭취다. 단백질 노폐물을 원활히 배출하기 위해 평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신장을 보호할 수 있다.
근육은 소중한 자산이지만, 신장과 혈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단백질 섭취에 집착하면 몸을 망치는 부채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늘 식탁 위 단백질이 내 몸을 살리는 연금인지, 장기를 곪게 하는 부채인지 점검해 보자.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 후 마시는 단백질 쉐이크, 아예 끊어야 할까요?
A1. 식사로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기 어렵거나 운동 강도가 매우 높다면 보충제가 도움이 됩니다. 다만 평소 고기 위주의 식사를 충분히 하면서 보충제까지 습관적으로 추가하면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단백질 총 섭취량을 나름대로 계산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Q2. 4050 세대가 대사 증후군을 피하면서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육류 위주의 회식을 줄이고 생선이나 해산물, 콩류 등으로 단백질원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중년은 특히 대사 증후군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과도한 동물성 지방을 곁들인 고단백 식단은 고혈압과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3. 내 몸이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가 있나요?
A3. 이유 없는 피로감, 심한 입 냄새(암모니아 향), 거품이 섞인 소변 등이 나타난다면 신장이 단백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적신호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사구체 여과율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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