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218. OPS 0.682. 이 숫자들은 리그 최고 포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양의지가 지난 19일 잠실에서 통산 2000번째 안타를 완성했다. KBO 역대 21번째, 포수로서는 KBO 역사상 최고령 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정작 이 날의 기록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2000안타가 아닐 수 있다. 현재 양의지는 데뷔 이래 가장 심각한 타격 슬럼프 한복판에 있다. 대기록을 세운 바로 그 날에도, 그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맥락이 필요하다. 양의지의 2025시즌은 KBO 포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시즌이었다. 서른여섯, 일반적으로 에이징 커브가 완연히 드러나는 나이에 wRC+ 160을 넘기며 타격왕을 차지했다. 타율 0.337, OPS 0.923. 포수 포지션 감안 없이도 리그 정상급 타격 생산성이었다. 그 시즌이 끝난 직후 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옵트아웃을 할 경우 구단들의 금액 경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2025시즌의 양의지는 나이를 역행했다.

문제는 2026시즌이다. 42경기를 소화한 현재 타율 0.218, OPS 0.682, 최근 10경기 타율은 0.189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 충족 타자 중 타격 순위 48위. 전 시즌과의 낙차가 너무 크다. 이 부진이 단순한 시즌 초반 조정기인지, 아니면 지연된 에이징 커브의 시작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시즌 피로 누적과 신체 회복 속도의 변화다. 2025시즌 양의지는 포수로만 7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서른여섯 나이에 풀타임 포수 역할을 유지하면서 커리어 최고 수준의 타격을 병행한 대가가 이듬해 시즌 초반에 청구서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투수들의 적응이다. 타격왕 시즌 이후 상대 배터리가 양의지에 대한 데이터를 재정비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적응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양의지 본인은 "작년엔 야구가 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어렵다"고 했다. 이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겸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을 보장하던 선수가 스스로 인정하는 슬럼프라는 점에서, 이 부진은 단기 조정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두산의 팀 상황이다. 현재 두산은 7위권에서 하위 경쟁 중이다. 김재환의 SSG 이적, 기존 타선 중심 베테랑들의 동반 부진이 겹치며 팀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양의지 혼자 타선을 떠받치던 전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그 양의지마저 부진의 한가운데 있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타격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리적 부담이 타격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2000안타가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양의지는 "이번 기록을 계기로 자신감이 붙어서 내일 타석에서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2025시즌에도 초반 부진 이후 8월 월간 타율 4할이 넘는 폭발적 반등을 보였던 전례가 있다. 하반기 체력 안배가 이루어지고 타격 타이밍이 잡히는 순간 단숨에 올라올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은 이미 증명됐다.
다만 조건이 있다. 포수 수비 이닝을 어느 수준으로 관리하느냐가 변수다. 전 시즌 7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상태에서 올 시즌도 같은 부하를 지속한다면, 몸이 먼저 한계를 알릴 수 있다. 구단이 김기연을 통해 적극적인 체력 안배를 실행하느냐가 양의지의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가늠하는 열쇠다.

2000안타라는 숫자는 확정됐다. 하지만 이 시즌 양의지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남은 시즌, OPS 0.682가 어디까지 올라오는지가 2000안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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