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치솟고 이자 부담 눈덩이 … 경매 나온 공장 석달새 700개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2023. 1. 25.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용 부담에 가동 포기 속출
외국 인력 50만 달하는 안산
비자종료땐 무더기 이탈 우려

◆ 인력난 덮친 중소기업 ◆

"요새 누가 공장에서 12시간씩 궂은일을 해요. 외국인들도 (공장) 가려 가면서 일하는 마당에."

25일 중소업체 9000여 곳이 밀집한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출근시간대인 아침 8시였지만 산단 구석구석을 누벼도 노동자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 몇몇이 자전거를 타고 이따금 오가는 것이 전부였다.

남동산단에서 만난 화장품 소재 제조업체 A사 대표는 "이대로라면 공장을 유지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중국에서 원재료 수급이 막혀 원가 부담이 30~40% 치솟은 상태"라며 "(대출) 금리가 6~8%대로 오른 데다 노동자 수급마저 안 되고 있어 속이 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료 제조업체 B사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B사 대표는 "이곳 200여 개 원재료 업체 중 공장 이전은 물론, 유지 자체도 어려워진 곳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러다간 줄도산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생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올랐는데 인력마저 부족한 터라 공장을 언제까지 가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한 가운데 인력 수급난마저 심해지면서 국내 산단들이 '텅' 비어가고 있다. 공장 운용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노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장 가동이 힘들어진 업체가 많아지면서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공업시설(공장·아파트형 공장·제조업소·공장 용지) 경매 건수는 지난해 3분기 645건에서 4분기에는 698건으로 8.2% 증가했다. 관련 업체들은 "이러다가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연 매출 300억원 규모 플라스틱 소재 제조업체 C사 대표는 "작년엔 3~4분기에 타격이 와 적자를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이자, 원자재 비용, 인건비 상승에 인력 부족이라는 사중고를 상반기부터 흠씬 두드려 맞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1년에 전기요금만 12억원을 내는데 올해의 경우 3억~4억원을 더 내고, 이자비용도 2~3배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월산단과 시화산단이 위치한 안산시 단원구·상록구 등록 외국인은 총 8만1688명에 달한다. 40만명의 미등록 외국인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이민자가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베트남, 네팔,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인데,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은 경우가 많아 최장 4년10개월간 일하면 나가야 한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2차전지 원료를 생산하는 D사 대표는 "글로벌 수요가 많은 2차전지 원료를 만들어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인재들이 자꾸 이탈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작년처럼 버텨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