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말고 입양하라" 외쳤더니... 유기동물 안락사 1%대로 '뚝'

고은경 2022. 11.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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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1일 기준 충남 논산시가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 '더함'의 지난 9개월간 성적표다.

논산시 보호소를 탈바꿈시킨 건 올해 2월 동물보호센터장으로 취임한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다.

심 대표는 "내년부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생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운영 중인 동물보호명예감시원제도와 동물복지위원회를 도입해 동물보호 교육과 상담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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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직영 전환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동물보호단체 노하우 보호소에 접목
입양 속도보다 입소 속도가 너무 빨라 
궁극적으로 시민 대상 생명교육 강화해야
충남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내 보호 중인 유기견들. 농촌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풀어 키우는 강아지들이 많이 입소한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제공

'안락사 1.1%, 입양 42.9%'

이달 21일 기준 충남 논산시가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 '더함'의 지난 9개월간 성적표다. 이는 지난해 전국 평균과 비교해 안락사율(15.7%)은 낮고, 입양률(32.5%)은 높은 결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논산시 보호소는 열악한 곳 중 한 군데로 꼽혔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실외에서 유기견을 관리해왔고 개들이 기생충에 감염되는 등 건강관리가 소홀한 점이 확인돼 비판을 받았다. (☞관련기사: 허허벌판에, 뜬장에… 개농장 방불케 하는 지자체 동물보호소) 또 동물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표지판이 붙어 있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논산시 보호소의 2019년과 2020년 안락사 비중은 30%대 중반, 보호 중인 동물은 0%였다.


동물보호단체 노하우 접목하며 입양률 ↑

심인섭 라이프 대표가 21일 충남 논산시 동물보호센터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제공

논산시 보호소를 탈바꿈시킨 건 올해 2월 동물보호센터장으로 취임한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다. 심 대표는 논산시가 올해부터 동물보호센터를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공모를 통해 2년 임기로 센터장에 부임했다.

심 대표는 "동물단체를 운영하면서 지자체 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이 안타까웠다"며 "근본적으로 보호소 운영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직접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함이라는 이름은 '더불어 함께하다'와 '더하기'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아 그가 직접 지었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가 SNS에 올린 입양 홍보글. 논산시에 육군훈련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은 입대하고 동물은 입양하는'이라는 문구를 만들어 냈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제공

심 대표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바로 입양홍보다. 그는 논산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연 데 이어 라이프 SNS도 적극 활용했다. SNS에는 논산시에 육군훈련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은 입대하고 동물은 입양하는 논산 동물보호센터'라는 문구를 만들어 누리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공중파 방송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와 보호소 내에서 출산한 엄마개 두 마리와 강아지 다섯 마리 입양 홍보를 위한'꼬랑지 시리즈'를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주택 하나를 빌려 심 대표와 라이프 직원이 한 달간 반려견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8회짜리 영상으로 총 조회수가 230만 건을 넘었다.


입양 속도보다 입소 속도가 빨라... 반려 문화 개선해야

아이돌 그룹 DKZ의 멤버 재찬(오른쪽)과 종형이 충남 논산시 동물보호센터를 방문해 유기동물 입양을 독려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제공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동물보호단체의 철저한 입양 기준을 적용해보니 막상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입양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심 대표는 입양 기준을 조금 낮추는 대신 사후 관리에 힘을 쏟았다. 대형견의 경우 입양 전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입양 후에도 수차례 방문해 사육 환경을 확인했다. 소형견, 고양이는 입양 전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담 시 입양 후 필요한 정보와 지식에 관한 교육을 보다 꼼꼼하게 진행했다.

보호소 운영에 있어 또 다른 어려운 점은 병들거나 다친 동물이 입소했을 때다. 대부분 지자체 보호소는 여건상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 어렵지만 논산 시보호소는 골절, 탈장, 유선종양 등 치료가 가능한 동물의 경우 방치하거나 안락사하는 대신 치료해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애들을 치료하긴 어렵지만 치료 후 입양 갈 가능성이 높은 동물까지 외면하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고양이.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동물보호센터장에 취임한 후 다 큰 새끼 고양이 등 불필요한 고양이 입소를 줄였다. 논산시 동물보호센터 제공

심 대표의 고민은 입양 수가 늘었다 해도 입양 보내는 속도보다 입소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유기되는 수를 줄이기 위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인력지원, 홍보예산 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자체장의 유기동물 복지를 높이기 위한 의지 역시 중요한 요소다.

심 대표는 "내년부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생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운영 중인 동물보호명예감시원제도동물복지위원회를 도입해 동물보호 교육과 상담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백성현 논산시장은 "생명존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복지 증진에 행정력을 집중시키겠다"며 "보호 중인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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