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노인들의 낙 콜라텍 ‘우울한 블루스’

광주 입장료 1000원조차 아껴
하루 300~400명 북적이던 곳
절반 가량 급감하며 ‘된서리’
3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콜라텍에서 피크타임인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짝을 이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댄스홀은 한산한 모습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밥 한끼 사먹는 것도 힘들어요. 100원짜리 동전도 아껴야 할 상황에 어떻게 노는데 돈을 쓰겠습니까.”

지속되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광주 지역 노인들의 쌈지마저 굳게 닫게 만들고 있다.

노인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가생활 지출을 줄이면서 입장료 1000원으로 저렴한 ‘노인들의 성지’ 콜라텍<2023년 1월 13일자 광주일보 7면>마저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콜라텍은 콜라와 디스코텍의 합성어로 1990년대 청소년들이 춤을 추고 노는 문화 공간으로 시작했다가, 2010년대부터 실버들의 특별한 공간으로 각광받았다. 노인복지센터, 경로당에서는 즐길 수 없는 특별한 여가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콜라텍 또한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인들이 춤을 추고 운동을 하면서 사람도 만날 수 있다며 하루에도 수백명씩 찾아오는 ‘핫 플레이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콜라텍 입장료 1000원조차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3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동구 대인동 한 콜라텍의 식당은 ‘피크 타임’(점심시간)에도 텅텅 비어 있었다.

이 콜라텍은 11월 한 달 동안 입장료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오후 1시가 넘어가도록 좀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하루 300~400여명이 몰려들어 북적이던 홀은 20여명만이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고 있을 뿐이었다.

15년째 콜라텍을 운영하고 있는 오금자(여·73)씨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콜라텍 내부 식당과 카페 모두 일반 가게들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500원짜리 커피 한 잔 뽑아 먹는 것도 부담되는 노인들이 나오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콜라텍 입장료는 1000~2000원이고 소주·막걸리는 2000원, 2인 메뉴를 1만원 안팎에 판매한다.

오씨는 “콜라텍에서 친구나 지인이 음식을 사주면 자신도 밥을 사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돈을 아껴야하는 실버들이 교우하는 과정에서 ‘곤란할 바에야 집에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빨간 셔츠에 푸른색 넥타이로 한껏 갖춰입고 콜라텍을 찾은 김모(78)씨는 “원래 노인연금이 나오는 24일 쯤에는 콜라텍이 붐비고 월초에는 한산하긴 하다”면서도 “올해는 유독 나오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물가가 올라 밥 한끼 사먹기도 힘든데 놀러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또 다른 콜라텍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문을 연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최신식 설비를 갖춘 곳’이라며 노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던 이곳은 어느새 폐업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사장 홍기연(62)씨는 “애초에 콜라텍 운영으로 큰 돈을 벌 생각도 없었지만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입장료나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저렴한 식료품을 쓸 수도 없으니 이대로 문을 닫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콜라텍을 3년 동안 운영하면서 15억여원의 적자가 난데다 식료품, 전기, 가스 등 물가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 홍씨의 설명이다.

더구나 콜라텍은 생활체육시설이 아닌 유흥시설이나 자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적자가 누적되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씨는 “입장료를 아예 안받는다해도 연금 아껴서, 자식들한테 용돈 조금 받아서 오시는 분들이다보니 가방이나 옷가지 등 짐 보관료(1000원)도 못내고 2000원짜리 막걸리 한 병 못 마시고 가는 분들이 태반”이라며 “가게가 힘들다고 당장 콜라텍 운영을 그만두면 형편이 넉넉지 않은 노인들은 어디로 가서 놀아야 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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