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손해율 '적정구간' 유지…보험료 인하는 글쎄

(사진=픽사베이)

대형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과거 실손의료비보험과 함께 '만년 적자 상품'으로 인식되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한시름을 덜어서다.

다만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는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대형사에 비해 보상조직이 크지 않고 이익이 나더라도 불확실성이 더 커 전격적으로 뛰어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인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점유율 상위 4개사의 1~8월 누적 손해율은 77~7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77~80%를 적정 손해율로 보는데, 이는 사업비 등을 고려했을 때 보험사가 손익을 남길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올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집계에 포함된 곳을 살펴보면 MG손해보험이 손해율 100%를 상회했고,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70~80%대 손해율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손해율이 낮아진 경우도 3곳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대형사 중심으로 안정적인 손해율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기준 상위 4개사의 올해 1~8월 누적 손해율은 △삼성화재 78.1% △현대해상 77.8% △DB손보 77.6% △KB손보 77.7%를 기록했다. 이 중 현대해상은 전년 동기 대비로도 개선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보상조직이 대형사에 비해서는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판매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양호한 손해율이 나오면서 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간 누적된 자동차보험 적자를 고려하면 보험료 인하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사의 비중은 85%에 달하는데, 손해율이 현재는 안정적인 흐름을 기록하고 있어도 향후 보험료를 인하하면 손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와 보험사가 고객에게 내준 보험금을 나눠 계산된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 내년에는 다시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그간 자동차보험 적자가 지속됐던 만큼 일시적으로 이익이 났어도 보험료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여기에 중소형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자동차보험 물건이 대형사에 비해 적은 데다 손해율 변동폭이 큰 양상을 보인다. 또 대형사에서 거절한 물건을 인수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중소형사는 자동차보험 보상 인력과 인프라가 대형사에 비해서는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변수다. 언제든 손해율이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사가 전국 보상망과 수리망을 갖춘 것과 달리 중소형사는 현실적으로 인프라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다.

또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쉽게 확대할 수 없는 이유로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자동차보험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자동차보험이 그간 대규모 적자를 내온 만큼 현재는 이익이 나더라도 불확실성이 더 크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을 섣불리 확대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중소형사도 이미 투자를 했을 것"이라며 "손해율이 잘 나오면 보험료 인하 압박이 있고, 인프라를 갖추더라도 자율주행차 등의 이슈로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