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여행에서 우선순위가 음식인 나는 모든 동선을 먹을거리 위주로 계획한다. 그렇다고 또 대단한 미식가냐 하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나의 음식 평가는 항상 맛있다 혹은 맛없다는 이분법으로 끝나고 만다. 그것마저도 99%는 맛있다고 말한다. 주는 대로 아무거나 잘 먹고, 마음만 먹으면 (남들 상상 이상으로) 많이 먹는다. 오히려 식도락가에 가까운 것 같다. 이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극.선.호. 음식이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 음식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이탈리아 방문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되었다. 어릴 적 친구가 유학 가서 살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종종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근황만 전했을 뿐 이렇게 만남이 성사될 줄은 몰랐다. 나는 14년 만에 가는 만큼, 단 1g의 후회도 없이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와 함께 음식을 즐기며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투자와 건강 그리고 노후를 말한다.

피제리아와 홍합 요리 전문점을 표방하는 Casale 93
Casale 93의 홍합 토마토 파스타
토스카나식 요리를 파는 Osteria la Carbonaia carne

동시에, 경제 활동을 하는 어른의 여행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어릴 때 이탈리아 배낭여행에서 마음껏 먹지 못한 젤라토를, 그것도 제일 큰 사이즈로 하루 두 번씩 사 먹었다.

꼭 필요한 재료를 엄선하여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Casa Marchetti - Alberto Marchetti
기본 중의 기본, 초콜릿과 리소토 젤라토

와인 한 병에 30~40유로는 우스웠다. 예전엔 10유로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한 끼에 80유로도 가능해졌다. 나는 이번 짧은 방문을 통해 더 더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죽으려면 말이다.

직접 만드는 와플콘에 크리미한 젤라토를 선보이는 Crema, Alta Gelateria. 밀라노에 여러 매장이 있다.
직접 만든 와플콘이 두 배라 더 좋은 젤라토

부라타와 부팔라 치즈를 사랑하는 나는, 내가 여태 먹었던 것들은 가짜임을 현지에서 깨달았다. 부팔라 치즈가 올라간 피자를 야무지게 먹으며, 친구에게 지금 내가 소고기를 씹고 있는 게 아니냐며 재차 물었다. 그만큼 풍미가 너무 훌륭했다. 하다못해 슈퍼에서 안주로 산 치즈마저도 소고기 맛이 났다. 뇌에 이탈리아 필터가 너무 심하게 껴버렸나?

나폴리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피제리아 Pizzeria Assaje
물소의 젖으로 만든 부팔라 모차렐라 치즈가 올라간 피자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상당한 도움을 준 미식가 친구는 따로 있는데, 나는 그의 말대로 와인 종류를 달달 외워가며 다 마셔보려고 했다. 혹시 나처럼 술은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자세히 알아보려는 노력 따윈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들에게, 모르면 그냥 외우자. 이탈리아 와인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네비올로’. 몰라도 그냥 마시고 오자.

추천 이탈리아 와인

나의 음식 여행 하이라이트 두 가지를 꼽자면 바로 피오렌티나(Fiorentina) 스테이크와 트뤼플 파스타. 피오렌티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음식으로 흔한 티본 스테이크 같지만, 1kg을 주문할 수 있는 으른~이 된 것 같은 뿌듯함 그리고 현지 분위기에 취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번에 무려 두 번이나 먹었던 음식이다.

토스카나 스타일로 미트 요리를 선보이는 La Carbonaia 90
무려 1kg짜리 티본 스테이크

트뤼플은 그동안 오일이나 가루로만 섭취해봤을 뿐 실제로는 처음 먹어 봤다. 직원이 주방에서부터 가지고 나오며 풍기는 그 향이 실로 엄청났다. 맛은 잘 모르겠고, 향이 99%의 역할인 것 같다. 친구랑 약속했다. 다음엔 화이트 트뤼플을 시킬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오자고.

고전적인 전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Osteria Serafina
진짜 트!뤼!플!

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늘 아래 (음식) 천국이 있다면 이탈리아라고.

토리노 시내 전경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브릭스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