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마녀' 감독의 신작 '귀공자', 최근 성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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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되지 못한 '귀공자'... 박훈정 감독 '뼈아픈 성적표'

박훈정 감독의 영화 '귀공자'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 '귀공자'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 (사진제공=NEW)

'신세계'부터 '마녀' 시리즈까지 승승장구해왔던 박훈정 감독이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소재와 주인공은 바뀌지만 기존 연출작들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스타일에 관객의 피로가 쌓이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관객의 선택에서 멀어지고 있다.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맡은 '귀공자'(제작 영화사 금월)가 지난 21일 개봉해 첫 주말인 23일부터 25일까지 박스오피스 4위에 그쳤다. 불과 1년 전, '마녀 파트2'로 흥행에 성공한 감독과 배우 김선호라는 스타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란 사실이 무색한 성적표다.

개봉 2주째에 접어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26일까지 '귀공자'가 모은 누적관객은 38만119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불과하다.

순제작비 91억5000만원이 투입된 '귀공자'는 총제작비 규모를 감안할 때 적어도 20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독일 등 유럽을 포함해 일본 인도네시아 마카오 등 해외 34개국 선판매를 통해 제작비 일부를 회수했고, 해외서 거두는 수익에 따라 손익분기점 돌파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국내 극장 상황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요원하다.

● '마녀'와 '낙원의 밤' 등 감독의 전작들 떠올라

'귀공자'는 필리핀의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해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나타나 벌이는 광기의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마르코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마르코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한국의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서울로 향한다.

김선호와 강태주가 주연하고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귀공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귀공자'는 코피노라는 설정, 정체를 감춘 귀공자라는 인물, 그리고 마르코와 귀공자의 쫓고 쫓기는 관계, 목적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한이사(김강우)와 윤주(고아라)가 한 데 맞물려 벌이는 추격전을 내세운다.

하지만 헐거운 스토리와 예상 가능한 전개, 무엇보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들에서 많이 봐 왔던 캐릭터와 설정의 답습 등으로 인해 눈 높은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람객들이 내놓는 평가 가운데 '마녀' 시리즈와 '낙원의 밤' '브이아이피' 등 박훈정 감독의 앞선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잦다.

상반된 처지의 세력들이 얽혀 벌이는 추격전을 근간에 깔고, 주인공들의 스타일리시한 총격 액션을 배치하는 방식, 이미 '마녀 파트2'와 '낙원의 밤' 촬영지로 관객의 눈에 익숙한 제주도를 또 다시 배경으로 택해 비슷한 비주얼을 추구하는 시도 역시 괸객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데뷔작 '혈투' 이후 가장 낮은 스코어

'귀공자'는 역주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1000만 돌파를 향해 가는 '범죄도시3'에 밀리는 상황이다. 28일에는 신작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이 공개되는 만큼 개봉 2주째에도 반등의 기회를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박훈정 감독으로서도 데뷔작 '혈투' 이후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2011년 연출 데뷔작으로 내놓은 '혈투'로 4만4462명 관객을 동원했던 박훈정 감독은 이후 황정민 이정재와 함께 한 '신세계'(468만9161명)를 시작으로 김다미를 발굴한 '마녀'(318만9091명), 그 분위기를 이은 '마녀 파트2'(280만6501명)로 흥행을 맛봤다. 물론 '대호'(176만2742명)와 '브이아이피'(137만3316명)처럼 엇갈린 평가를 받은 작품도 있지만 적어도 100만 관객 이상은 모았다.

영화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 (사진제공=NEW)

'귀공자'에 대한 관객의 싸늘한 반응은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던 지난해 6월 극장가의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6월15일 개봉한 '마녀 파트2'는 첫 주말동안 100만9285명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 누적관객은 280만명을 넘었다.

반면 '귀공자'의 첫 주말 성적은 21만137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마녀 파트2'와 비교해 5분의1 수준. 이런 분위기라면 사실상 누적관객 100만 돌파도 어려운 상황이다.

● 감독의 바람처럼 '귀공자' 후속편 가능할까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 개봉 직전 후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작품을 처음 공개한 언론 시사회 직후 그는 "처음엔 (후속편)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촬영 도중 우리끼리 얘기를 했다"며 "아무래도 캐릭터 영화이다보니 여건이 된다면, 그리고 제가 김선호와 싸우지 않는 이상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건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귀공자2'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박훈정 감독의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후속편 제작은 '1편의 성공'이라는 전제 조건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 '귀공자2'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영화 '귀공자'에서 광기에 휘말린 한이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강우의 모습 (사진제공=NEW)

이번 '귀공자'를 통해 영화 첫 주연을 맡은 김선호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우여곡절을 딛고 영화 첫 주연으로 나섰지만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박훈정 감독과 김선호의 작업은 계속된다. 김선호는 '귀공자' 촬영을 마치고 박 감독의 새 영화 '폭군' 주연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