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따라 한 ‘날다람쥐’… 참수리는 못 속여

이시은 2026. 4. 2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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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도내 고급주택 수년 절도
범행 전후 운동화 등 갈아신어
경찰, 車 5만여대 등 확인 수사
조력자 자택서 은신 중 붙잡아


지난 2월5일 오후 6시께 의왕의 한 다세대주택. 오가는 사람이 없던 이 시각 어둠 속에서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이 움직였다. 주변을 살피며 걷던 그는 이내 건물 외벽 가스 배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는 배관을 타고 외벽을 기어 올라가 익숙한 듯 창문을 열고 건물 내부로 침입했다. 20여분 뒤 창문이 다시 열렸고 성큼성큼 배관을 타고 내려온 그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용인·이천·양평 등 경기도내 타운하우스와 고급 주택 등을 돌며 금품과 현금 등 5억원 이상을 훔친 50대 남성 A씨는 전문 절도범으로 이른바 ‘날다람쥐’로 불렸다. 건물을 타고 오르고 내릴 정도로 날랜 움직임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40여년간 크고 작은 물건 등을 훔쳐온 그는 범행 장소를 선정하고 도주하는 전 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해 실행에 옮겨왔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CCTV가 적은 야산 인근 주택가를 노렸고, 범행 전후에는 야산을 오르내리며 등산객으로 위장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인상착의를 특정할 수 없도록 범행 후 준비해둔 등산용 햇빛 가리개와 모자, 운동화 등으로 갈아입으며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 주택에 침입한 뒤에는 덧신을 신었고, 범행 장소에서는 장갑을 착용해 흔적이 남지 않도록 준비하기도 했다.

용인동부경찰서가 최근 경기도내 타운하우스와 고급 주택 등을 돌며 금품과 현금 등 5억원 이상을 훔친 50대 남성을 검거했다. 지난달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50대 남성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공개한 범행에 쓰인 압수물. 2026.4.20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조력자인 60대 B씨도 있었다. B씨는 렌터카와 본인 명의 차량 등을 이용해 범행 장소 인근까지 A씨를 태워다 준 혐의를 받는다. B씨는 헤어진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A씨와 만나기로 공모해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관내에서 유사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달 12일 전담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전담팀 소속 경찰관 19명은 범행이 발생한 곳 인근의 차량 5만여 대와 CCTV 900여대의 기록을 일일이 확인했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A씨는 충북에 있는 지인의 자택에서 은신 중이었다. 경찰이 지난 16일 이곳을 급습해 A씨를 붙잡으면서 4년여간 이어졌던 도주극은 마침내 끝이 났다.

용인동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절도) 혐의로 A씨를 최근 구속했다. B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사 기법을 다 동원해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피의자는 전담팀에서 ‘수도권 날다람쥐’라고 불릴 정도로 범행을 계획 하에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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