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환율 1400원 뉴노멀" 기사들 왜 사라졌을까

김예리 기자 2024. 10.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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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측 "삭제 요청…비보도 전제, '뉴노멀' 워딩도 안 했다"…뒷말 계속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10월1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부처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데 “뉴노멀”이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들이 보도됐다가 삭제됐다. 기재부는 기자들과 만남이 비보도 전제였던 데다 최 부총리가 '뉴노멀' 발언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최상목 부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달러당 1400원대에 접어드는 환율 수준을 두고 “뉴노멀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각종 경제일간지와 통신사 등을 통해 나왔다. 머니투데이와 연합뉴스, 한국경제TV, 아시아경제 등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SNS 보도 갈무리.현재는 볼 수 없는 기사다.

이들 언론사는 최 부총리가 '달러당 1400원 선에 육박하는 현 환율을 뉴노멀로 봐야 하느냐'는 기자 질의에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은 경제 여건상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보도는 파장을 낳았다. '환율 추이를 지켜보고 쏠림 현상이 있으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기존 기재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 부총리로부터 나온 셈이었기 때문이다. 보도가 맞다면 외환 당국이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 1400원대까지는 방어할 뜻이 없다거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그런데 보도 당일 기사들이 삭제됐다. 30일 현재 중소기업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언론사 기사의 열람접속이 제한됐다. 언론사들이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경제 유튜브 등에선 실제 발언 여부나 삭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기재부 측은 언론사에 보도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이 실제 최 부총리 발언과 달랐다는 설명이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29~30일 통화에서 “(만남 자리가) 비보도였고, 비보도 전제 아래 최 부총리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했기 때문에 내려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만남 자리에서) 특파원들이 '환율이 너무 올라가니 (체류비가 올라) 힘들다, 낮출 수 없느냐, 세제로 도와줄 수는 없느냐'고 하는 등 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지 않나. 또 언론에 나오듯 달러가 강해지는 상황을 (최 부총리가) 얘기하니 기자 한 분이 '그럼 1400원이 뉴노멀이냐'고 질문했다. 부총리는 답하지 않고 '옛날 위기가 왔을 때 환율과 지금 상황의 1400원이 느낌이 좀 다르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끝났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부총리 발언은) 공식 간담회가 아닌 저녁 만찬에서”였다며 “최 부총리가 (만찬 테이블에) 앉자마자 한 말씀은 '취재원으로 하는 말이 아니니 편하게 먹자'는 것이었다”고도 강조했다. “보도를 전제한 자리가 아니었고, '1400원 뉴노멀'을 말한 사람은 기자이며, 부총리가 맞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제목으로 잡아 한 곳에서 기사를 쓰니 다른 곳들이 따라 쓴 것이다. 그래서 여러 군데에 연락해 다퉈서 (기사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최 부총리가 직답하지 않았더라도 현 환율 수준에 대한 인식에 따라서 외환 당국의 개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질문에 부정보다 긍정에 가까운 답변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십수년 전엔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였고 당시 1400원은 40%가량이 오르는 거지만, 최근 몇년 간은 계속 환율이 올라 큰 변동 없이 1200원대 이상으로 유지됐다. 그런 상황들을 설명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중요한 건 비보도 전제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29일 SBS '친절한경제' 방송화면

한편 SBS는 '친절한경제' 뉴스해설 코너를 통해 “환율 1400원이 일종의 개입 지점이자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특히 역사적으로 보면 환율 1400원을 돌파했던 게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렇게 경제적 파장이 아주 컸던 시기들이었던 만큼 그 잔상도 크다”고 했다.

SBS는 “그런데 미국에 갔던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지금의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발언을 했다”며 “이른바 '뉴 노멀', 환율 1400원을 새로운 표준으로 보자는 취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140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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