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흥분이 가실 틈 없지만 한없이 여유롭다,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메르세데스-벤츠 진델핑겐 공장

[독일 진델핑겐=M투데이 이정근기자]  이미 단풍이 시작된 독일 진델핑겐의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장에 차량들이 예쁘게 줄을 맞춰 정갈한 모습으로 주차돼 있었다.

전기차, 마이바흐, AMG 등 10여 대의 차량들 주변으로 어디선가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광장 중간에 우뚝 솟아 있는 메르세데스-로고를 돌아 나간다. 따뜻한 가을 햇빛은 잘게 부서지며 반짝이는 별을 만드는 나무 아래에서 각각의 벤츠들은 누군가와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53 AMG 4MATIC+ 쿠페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2년 내 출시한 모델 중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모델이 바로 CLE다. C-클래스의 크기에 E-클래스의 풍부한 기능을 즐길 수 있고, 쿠페 또는 컨버터블의 형태로 원하는 취향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차량이다. 더불어 AMG를 선택하면 일상을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면 저 푸른 초원이 멀리에서 들어오고 아우토반에서 내리면 저 푸른 초원 속으로 들어간다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와 잠시 여행을 떠난다. 왕복 30여 분의 짧은 여행이지만, CLE의 매력에 빠지기에는 적당히 즐겁고 아쉬운 시간이다.

AMG의 심장을 가진 이 강력한 쿠페는 직렬 6기통 3.0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돼 449마력의 최고출력과 56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언제든지 가속페달을 밟으면,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에 있는 작은 다이얼 'AMG 다이내믹 셀렉트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통해 5가지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최적의 접지력, 민첩성, 코너링이 가능해 가장 빠르게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짧은 여행에 AMG의 강력한 엔진 사운드와 짜릿한 배기음을 만들어내는 '스포츠+' 모드는 CLE를 즐기는 도중 들려오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53 AMG 4MATIC+ 쿠페

아우토반을 달리는 내내 제한속도 120km/h가 너무나 답답한 듯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1, 2차로를 주행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며 가속하는 순간에는 빡빡한 일상을 뒤로 가볍게 던지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대로 푸르른 초원 사이로 난 시골의 좌우로 굽어 휘몰아치는 도로에서는 경사도와 휘어지는 정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도로 중앙에 맞춰 부드러운 실크처럼 잔상을 남기며 달려나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 끝에 나타난 고즈넉한 마을에서는 거친 숨을 달래며 안정을 취하는 AMG 엔진의 사운드만이 귓가를 맴돈다. 아드레날린으로 가득 찬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라는 듯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53 AMG 4MATIC+ 쿠페

잠시 시동을 끄고 실내에 앉아 가을이 내려앉고 있는 독일의 이름 모를 마을을 둘러본다.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쿠페는 물론 뒤에 사람이 타도 좋을 공간은 있지만, 역시 쿠페답게 앞좌석에 타는 사람을 배려한 공간이 대부분이다.

E-클래스에서 봤던 디스플레이와 옵션들이 가득하고,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과 반짝이는 패들 시프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커다란 도어가 감싸고 있는 실내는 앞을 보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운전자가 모든 기능을 쉽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도록 기능을 배치했다. 뒤를 돌아 보면 시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를 놓지 않겠다는 듯이 온몸을 어깨에서부터 허벅지까지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잡아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53 AMG 4MATIC+ 쿠페

잠시 뜨거워진 열기와 달아오른 몸 짜릿한 퍼포먼스에 살짝 흥분해 떨고 있는 손을 진정시킨 뒤 다시 진델핑겐으로 돌아가는 아우토반에서 CLE 53 4MATIC+와의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즐겼다.

단순하게 AMG라는 배지를 심장에 달고 4MATIC+라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차는 그저 빠르게 달리는데 모든 것을 집중한 모델이라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아우토반 어딘가에 던져 버렸다.

부드럽게 가속페달에 힘을 주고 스티어링 휠을 살포시 돌리는 순간에는 한없이 순한 양이 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누구와 함께 타고 있는지에 따라 차의 성격을 180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CLE가 이 세상에 나온 이유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