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원금을 지키는 것이 연금의 취지에 맞지 주식투자하듯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제 주변에는 퇴직연금에 위험부담 상품으로 적립해서 손실 본 분들이 많아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생기면 손실 보는 분들이 많아질까 우려되네요.”
지난 번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칼럼에 대해 독자께서 내주신 의견입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간단하게 아래와 같습니다.
“연금의 취지는 원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원금+물가상승률 이상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금+물가상승률을 지키려면 기금형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됩니다. 이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개인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원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질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짜장면 가격이 1990년대에는 1,000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6,000원 이상으로 올랐지요. 30년이라는 시간동안 가격이 6배가 오른 것입니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물가상승이라고 합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만 안 오르면 점점 빈곤해지듯이, 물가는 오르는데 은퇴 후 월급인 퇴직연금이 안 오르면(원금만 지키는 수준의 수익률), 그건 안전한 것이 아니라 노후에 빈곤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심각하게 위험한 것입니다. 앞서 예로 비유하자면 짜장면 6그릇 먹을 수 있었던 형편이 1그릇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형편으로 바뀐 것이니까요.
따라서 은퇴 후 월급이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 안전하다는 것은 최소한 원금에 물가상승만큼을 더해서 수익이 나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2.07%로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 2.2%보다 낮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물가가 오르는 것조차 이기지 못해서 실질구매 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중립적인 운용”를 통해 노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을 모아야 합니다.
저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65세까지는 일을 해야 할 듯합니다. 약 40년을 일을 해야 하는 셈인데요. 부지런히 모아서 85세까지 20년 동안을 (퇴직)연금 등을 받아 나름 풍요롭게 삶을 살려면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곤 합니다. 아마도 독자들께서 여러 상황(나이와 연수)들이 저와는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처럼 일정기간(40년간)동안 (1/10씩을) 모아서 노후 일정기간(20년간)동안 연금으로 사는 것이 노후 급여인 퇴직연금의 본질입니다.
앞서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실질가치를 지키는 만큼만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나도록 한다면, 40년간 1/10단위씩 적립해 왔으니 노후 20년간은 2/10단위씩 연금을 지급받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을 꾸준하게 불입해 왔다면 미래의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등을 소극적으로 감안하여 3/10단위라고 가정하면, 지금 소득의 절반정도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받으면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조금 덜 쓴다 생각하고 산다면 그럭저럭 살아 갈만큼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좀 더 넉넉하게 살아가면 좋겠지요. 조금 넉넉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1/10씩 모은 퇴직연금을 '실질가치 + 3%' 수익률로 운용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실질가치 + 3%' 내외의 수익률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중립적(보편적)인 운용”이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중립적인 운용”의 결과는 의외로 강력합니다. 40년간 매월1단위씩 적립하면 복리효과로 인해 총 적립금이 1,136단위가 되는데, 이는 매월 6/10단위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국민연금까지 더하면, 사실상 근로기간 중에 받았던 소득만큼을 노후 (연금)급여로 받고 살아갈 수 있기에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기금은 실질가치 +3% 내외를 목표 수익률로 운용합니다.
개인은 일반적으로 원금이 손실 나는 것을 ‘위험'으로 생각합니다. 투자 기간이 짧고, 특정한 목적(예: 주택 구입 자금, 교육 자금 등)을 위해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원금 보존에 대해 민감하며, 만약 원금을 잃게 될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합니다. '위험'을 실질가치(원금+물가상승률)을 지키지 못할 확률로 정의하여, 통상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5% 미만으로 통제”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기금들은 이러한 위험을 잘 통제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금에 투자하면 개인이 생각하는 원금이 손실 나는 위험은 실제적으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금의 경우
* 위험의 정의: 실질가치(통상 물가상승률)을 지키지 못할 확률을 5% 이하로 통제.
* 수익률 목표: 중립적인 기금의 경우 5% ~ 7%
(5년 이상의 장기적 자산 배분을 통해 달성 가능한 수준)
개인은 "위험의 대가"로 연 10%이상, 때로는 30%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기금은 “중립적인 운용”을 함에 따라 “실질가치+3%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이는 기금이 연금 지급 등 장기적이고 공공적인 목적을 위하여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금은 원금이 손실 나는 위험이 사실상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실질 가치를 뛰어넘는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개인의 경우
* 위험의 정의: 투자 원금의 손실 또는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 수익률.
* 수익률 목표: 연 10% 이상, 때로는 3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
단기간에 자산을 효과적으로 증식시키고자 하는 욕구.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난 글에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으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금제도를 퇴직연금에도 도입하여 수익률을 높이도록 하자”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은 “수익률을 높이면 그 대가로 위험을 높여야 하는데 이로 인해 손실을 보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에 대한 제 답변이고 의견입니다.
기금은 “실질가치를 지키지 못할 확률을 5% 이내로 통제”하는 것을 "위험"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로 인하여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글로벌 기금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개인이 말하는 원금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금이 “중립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실질가치+3%내외“를 목표로 하는데, 이러한 운용의 성과는 개인(가입자)으로 하여금 국민연금까지 포함하여 근로기간 중에 받았던 급여수준에 가까이를 은퇴급여인 퇴직연금으로 받도록 합니다. 기금을 통해 퇴직연금을 준비하면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기금형의 구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늘 그렇듯이 정상적일 때에 그렇습니다. 다른 의도로 기금을 운용하거나 실수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성과평가와 감시 등을 통해 기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정책적 장치들은 반드시 작동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가입자들의 자금을 모아 공동의 기금을 만들어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손실을 주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주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제도이며, 빠른시간내에 반드시 도입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