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생기부 안 들어가” 수능 후 개점휴업 학교는 ‘학폭 사각지대’

2023. 11. 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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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치른 고3 교실, 학폭 사각지대
심의 수개월 학폭위는 열리나마나
“졸업만 기다려” 피해자 신고 포기 빈발
수능 후 고3 교실은 학폭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어차피 입시 끝났는데, 신고 하든지.”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직후인 최근, 동급생끼리 볼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비공개 계정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 험담을 넘어, 자신과 최근 갈등을 빚었던 정황을 언급하며 ‘죽었으면 좋겠다’ 수준의 발언까지 나온 상황. 이같은 ‘사이버불링’은 최근 늘어난 사이버 학교폭력의 전형적인 한 유형이다.

A양은 당사자를 찾아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생활기록부 작성도 끝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실제 학내 신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리더라도 종결까진 최소 수 개월이 걸려 졸업 시점을 넘어선다. A양은 끝내 신고를 포기하고 졸업만을 기다리고 있다.

긴장 풀린 고3 교실서 학폭 빈발

수능 후 ‘개점휴업’ 상태인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도 학교폭력은 끊이지 않는다. 교육열이 높아 계속해서 나머지 전형을 치르기 바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적지 않은 지역에서 오히려 이 기간에 학교폭력이 발생하곤 한다. 입시 끝무렵인 이 기간은 역설적으로 학폭위나 생기부 반영 등 학교폭력 조치에 실효성이 없는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을 치른 고3 교실은 한풀 긴장감이 꺾이는 한편 학교폭력 위험도 커진다. 그간 입시를 치르며 억눌러왔던 학생들의 ‘일탈’ 욕구가 강해지면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수능이 끝난 무렵이면 사실상 학생들이 갈 대학이 정해지기 때문에 그간 참아왔던 스트레스가 터지는 시간이기도 하다”며 “학생들 입장에선 가릴 것도 없고 붕 뜨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 출결이 낮아지며 온라인상 사이버폭력이 더욱 빈발해진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어차피 졸업인데” 유야무야 학교
[연합]

그러나 이 기간 학내 학교폭력 해결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생기부 반영 등 조치 수위를 정하는 학폭위 심의 절차에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탓이다. 학생 입장에선 수위가 높은 학교폭력 사안에 한해 수사기관을 찾거나 졸업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교사 B씨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교폭력 전문 법무법인 구제 변경민 변호사는 “수능 후 해방감에 도를 넘은 일탈행동으로 학교폭력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학생부 마감 이후의 폭력은 입학 전형의 불이익이 없거나 작다는 점이 공백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곽동석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역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경우 심의 일정을 당겨 처리하긴 하지만, 사실상 원서 접수 시즌이 끝나면 재수나 반수를 하지 않는 이상 당해년도 입시엔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경쟁자 방해하려” 거짓 학폭 신고도

실제 학교폭력을 당하고도 처리 절차를 밟지 못하는 학생들 이면엔 학교폭력 신고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수험생 신분임을 노려 거짓 신고로 동급생을 방해하려는 목적에서다. 올해 부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 C양은 함께 놀자는 자신의 요구를 친구가 방해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C양 사건을 접수했던 박소희 법무법인 가화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사실상 학교폭력이라기엔 무리가 있는 이런 경우라도 일단 신고가 접수됐다면 최소 2~3차례 심의절차에 참석해야 하며 학부모에게도 이야기가 전달된다”며 “최근엔 경쟁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일부러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후 발생한 학교폭력이더라도 이듬해 2월까지는 학적상 신분이 유지돼 생기부 반영 등 처벌 조치를 받을 수 있으나 입시상 큰 영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수능 후 기간 학교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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