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 놀이공원으로 변했다...'특별관'에 맞춤한 콘텐츠

‘여름엔 블록버스터.’

한 때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공식이었다.지금도 그 공식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한국 극장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무더운 여름 극장이라는 실내 공간은 최고의 피서지이자 즐거움의 장소임이 분명하지만, OTT 역시 여름 시즌에 맞춰 굵직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여름에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오는 것은 맞지만, 집에서 볼만한 OTT 블록버스터 역시 쏟아져 나온다. “굳이 극장에?”라는 질문은 다시 제자리다.

극장 산업은 어쩔 수 없이 극장용 콘텐츠의 성패에 운명을 맡긴다. 이 때문에, 각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관람 환경을 차별화하는 ‘특별관’ 전략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다. 특히 여름 성수기엔 더욱 공격적으로 이를 활용해 관객 유입을 노린다.

영화관. / pixabay

국내 극장에서 운영 중인 특별관은 크게 두 가지 형태다. 몰입감과 감각적인 자극을 앞세운 포맷형 상영관(IMAX, 4DX, SCREENX, Dolby Atmos 등)과 프라이빗 서비스와 고급 좌석을 갖춘 프리미엄관이 그 둘이다.

이 중 여름과 가장 찰떡궁합을 이루는 건 단연 첫 번째다. 거대한 공룡, 광활한 우주,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운드와 속도감. 일반관에선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스케일은 "ONLY IN THE CINEMA"라는 슬로건과 함께 관객을 다시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긴다.

쥬라기월드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입장료가 두세 배 비싸더라도, 관객들은 이런 영화라면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가치를 인정하며 극장으로 향한다.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해.' 실제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으로 내한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이 영화는 극장 외에선 상상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콘텐츠와 체험의 결합이 지닌 힘을 강조했다. 그 말처럼, 국내 독자 기술로 구현된 SCREENX 포맷은 “당신은 곧 공룡들에게 둘러싸이게 됩니다”라는 문구로 관객을 유혹했다.

스크린이 좌우로 확장되고, 거대한 공룡이 벽을 타고 넘어오며, 관객은 어느새 쥬라기 월드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여기에 움직이는 좌석과 물, 바람, 향기 같은 오감 자극까지 더해지는 4DX 포맷까지 가면,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에 가까워진다.

이쯤되면, 특별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영화가 아니다. 경쟁자는 테마파크, VR, 짜릿한 놀이기구와 같은 다른 ‘경험’이다.

극장은 이제, 여름을 버티기 위해 유사 놀이공원이 되어야만 하는 시대에 접어 들었다. 극장산업을 떼어 놓고 영화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기에 이토록 치열하게 진화하는 극장을 보면 박수를 치고 싶지만, 이 화려한 서커스 뒤엔 씁쓸한 그림자도 있다.

과연 특별관은 콘텐츠의 다양성과 상생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몇몇 블록버스터의 전용 무대가 되어버릴까. 편안한 집에서도 놀이공원에서도 다른 ‘경험’의 상대를 압도하기 어려운 수많은 영화들은 과연 어떻게 "ONLY IN THE CINEMA"로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일까.

‘미래’라고 불리는 극장의 오늘을 마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