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카플란 "휴머노이드, 감정 흉내 내 사람들 속일 수도... '제품' 취급해야" [NEW 휴머노이드가 온다]

신혜정 2024. 10.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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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석학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 인터뷰]
"인간 일자리 사라지지 않고 성격만 바뀔 것
사람 대신 문자는 보내도 되지만 투표는 안 돼
감정이나 생각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 많을 듯
유해성 표시하는 규제 도입도 고려해야 할 때"
편집자주
로봇은 인간을 얼마만큼 닮을 수 있을까. 한국일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국제제어로봇시스템학회를 찾아 로봇 기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인공지능을 만난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진단한다.
미국 애질리티로보틱스가 개발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가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있다. 애질리티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팔, 다리 등 인간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기계일 뿐이니까요. 휴머노이드를 인간처럼 여기려는 경향이야말로 우리가 지양해야 할 점입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기술벤처 창업가 출신의 인공지능(AI) 학자인 카플란 교수는 그간 AI가 빚어내는 사회 변화에 대해 발 빠르게 예견해왔다.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AI의 발전으로 로봇이 보고, 듣고, 사고하게 되면서 새로운 활용 가능성이 열렸다"면서도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까진 오랜 기간 신중한 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 카플란 교수 제공

-휴머노이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조만간 우리 일상에 들어올 거라는 기대가 커졌다.

“주로 공장이나 산업 현장에서 쓰일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 더 쉽게 통합될 수 있어 다양한 작업에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흔히들 휴머노이드가 가정용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안전 때문이다. 공장처럼 어떤 형태의 로봇이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에서조차 때때로 사람이 로봇 근처에 있기엔 위험할 때가 많다. 오직 인간을 위해 설계된 가정에서는 로봇이 통합되기 더욱 어렵다.”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우려가 많은데.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가 직장 동료가 되어 일상 업무를 하면서 우리와 대화하고 걸어다니는 모습은 이른 시일 내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로봇의 존재 이유인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을 빠르고 쉽게 자동화해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정 활동만을 위해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은 작업에 투입될 것이다. 물론 이전의 자동화 물결들과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가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인간의 일은 사라지지 않고 그 성격만 바뀔 것이다. 결국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자동화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구상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휴머노이드에 권한을 부여할 때 적정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을 닮았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것을 대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우리를 위해 메시지를 수신하거나 보내는 것은 허용할 수 있지만, 인간을 대신해 투표를 하는 것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두고 어떤 윤리적 고려가 필요한가.

“휴머노이드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른 형태의 로봇이나 AI로 야기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휴머노이드에는 다른 로봇과 달리 감정이나 생각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판기와 아이처럼 생긴 로봇이 동시에 돈을 달라고 구걸한다면 사람들은 귀엽고 감정이 있어 보이는, 아이처럼 생긴 로봇에게 더 기꺼이 돈을 줄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악의를 품고 휴머노이드를 사용해 사람들을 속여 특정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는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속이는 데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발될 것이다. 마치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흉내 내는 기능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특성이 문제가 된다면 휴머노이드에 유해성을 표시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각 나라에서 담배 포장지나 주류, 기타 유해한 제품에 라벨을 부착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눈에 잘 띄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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