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호구준원’이었던 ‘호구도원’ “저 ‘슈퍼스타’ 아니에요”[스경X인터뷰]

언제나 신원호·이우정 사단이 만든 드라마를 보면 남는 기분 좋은 설렘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둘의 드라마는 늘 가능성이 있었거나 재야에 묻혀있던 원석들을 캐내는 재미를 줬다. ‘응답하라 1997’의 서인국,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응답하라 1988’에서는 박보검, 류준열 등이 있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해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전미도, 신현빈, 안은진 등도 그런 이름이다. 이번에는 정준원을 그 한 가운데 놔야 할 것 같다. 그는 최근 막을 내린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도원’이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정말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드라마는 전공의 1년 차들의 성장물이기 때문에 생각을 못 했어요. ‘슈퍼스타’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이 ‘슈퍼스타’ 키워드는 ‘언슬전’이 방송된 이후 배우들의 단체 메신저방에서 오이영 역 고윤정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 어때? 사돈총각?”이라는 고윤정의 메시지가 인터뷰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며 정준원을 가리키는 ‘밈(Meme)’이 됐다. 그래서 그런지 정준원은 이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말끝이 떨리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진 않고요. 체감되는 부분은 인터넷에서 피드백이 올라오는 부분이에요. 한동안 연락이 잠잠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6주에 걸쳐 방송했지만, 좋은 반응은 점점 잠잠해질 거니까. 이런 분위기에 들뜨지 않으려고요.”
그가 만난 구도원은 판타지 속 인물 같았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후배들을 감싸면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자신은 ‘호구도원’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신 당하기만 한다. 정준원은 ‘내 주변에 구도원 같은 사람이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감독님이 저와 구도원의 ‘교집합’을 보셨던 것 같았어요. 오디션 과정이 화기애애하고 즐거웠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신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게서 풍기는 편안함? 그런 부분을 보신 것 같습니다. 비록 편성이 1년 밀렸지만, 모두 기다리면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 거라는 확신을 갖고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랬기에 정준원은 1년 전 자신의 연기 그리고 그 연기의 결과물을 TV를 통해 확인하는 경험이 신기하다. 아쉬웠던 장면, 좋은 장면 다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민수 감독의 편집방향 그리고 김송희 작가의 필력 그리고 그 뒤에서 드라마를 감싸준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의 크리에이터팀의 능력을 느꼈다.
“오이영(고윤정)이 놀이터에서 제게 욕하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전 장면이 명은원 선생(김혜인)이 뒤통수를 치고 이영이 절 대신해서 나서주는 장면이었는데, 그때가 도원의 마음이 확실히 열린 기점이 된 것 같습니다. 실제 그날 촬영장의 날씨가 좋았어요. 그 온도와 습도, 느낌….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준원도 구도원 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하다는 이야기를 잘 듣는다. 그도 실제로 살면서 손해 보는 일이 많아. ‘호구준원’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조심성이 많고 신중한 부분을 구현하려고 애썼고, 외모적인 부분에도 노력했다. 그는 고윤정의 도움을 많이 언급했다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고윤정)과 부딪치면 안 되겠다고 느꼈죠. (고)윤정이가 너무 예쁘니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호흡은 너무 좋았어요. 연기적으로도 욕심이 많은 친구고요. 오이영이 정말로 사랑스러워하는 눈으로 도원을 바라볼 때가 있는데 깜짝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함께한 배우가 고윤정이었기에 관심을 받았고, 구도원의 연기는 오이영의 리액션이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구도원처럼 철저한 루틴으로 사는 편은 아닌 정준원은 MBTI가 ISTP와 ISTJ를 왔다 갔다 한다. 2015년 영화 ‘조류인간’으로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지 10년. 주연을 맡았다, 조연을 맡았다가 중요한 것이 아닌 계속 풀리지 않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기와 더불어 그에 대한 해갈의 답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그에게 ‘언슬전’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인생남주’라고 해주시는 분도 있으신데, 정말 감사드리고요. 한동안 연기적인 갈증이 심했던 시기를 지나 ‘언슬전’과 구도원을 만났고,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고요. 많은 것들이 좋게 바뀌었죠. 연기자 입장에서 이 작품이, 평생 기억에 안 남을 수 없습니다.”
그는 끝까지 ‘스타’라는 표현에는 손사래를 친다. 이 물결은 언젠가 잠잠해지고, 그 안에서 다시 연기의 바다 안에서 조용히 헤엄치고 싶은 것이 정준원의 마음이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까지 신원호·이우정 콤비가 발굴한 많은 원석들처럼, 정준원의 이름도 이제부터 대중의 뇌리에 잊히지 않게 됐으니 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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