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매거진=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고유가 국면이 다시 현실화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관심이 ‘즉각적인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은 유지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비용 부담, 전력 생산 구조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재조명되는 상황. 이 과정에서 토요타의 기술 축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출발점은 1997년 출시한 프리우스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라는 타이틀을 내건 프리우스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직병렬 구조를 통해내연기관 중심이던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 유가는 낮았고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도 제한적이었지만, 토요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이후 흐름은 단일 모델의 성공을 넘어 브랜드 전체로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중반 들어 국제 유가 상승과 환경 규제가 맞물리면서 고연비 고효율 차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토요타는 SUV, 미니밴, 중형 세단 등 주요 차급으로 하이브리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혔다. 이후 2006년 캠리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대중 브랜드의 핵심 차종에 기술이 투입됐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RX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했다.

2007년에는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 LS까지 하이브리드가 적용되며 소형차부터 대형 럭셔리 세단까지 전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구조가 완성됐다. 이 시점에서 하이브리드는 특정 모델이 아닌, 차급을 가리지 않는 범용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의 방향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가 ‘선택 가능한 친환경 파워트레인’에서 ‘주력 동력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디젤 수요 감소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판매의 중심 역시 일부 차종이 아닌 전체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2015년 도입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이 있다. 4세대 프리우스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TNGA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 차체 강성 향상, 부품 공용화 등을 통해 효율과 주행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TNGA 플랫폼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특정 차종에 맞춰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차급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표준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본으로 하는 전(全) 전동화를 시작한 것. 이를 통해 토요타는 세단, SUV, 크로스오버 등 대부분의 글로벌 전략 차종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TNGA 플랫폼의 적용과 함께 토요타와 렉서스는 전체 라인업을 전동화로 재구성하게 됐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전동화 전략이 한층 입체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BEV)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토요타 bZ4X, 렉서스 RZ 등을 출시하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 역시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e-TNGA는 TNGA 플랫폼을 전기차에 맞게 확장한 아키텍처로, 배터리와 모터를 차체 구조의 핵심 요소로 통합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전륜·후륜·사륜구동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배터리 용량, 모터 출력, 구동 방식 등을 차종별로 조합할 수 있어, 하나의 구조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전개할 수 있는 확장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토요타는 e-TNGA를 단순한 전기차 전용 구조에 그치지 않고, 기존 하이브리드 중심 생산 체계와 병행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생산 라인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시장 수요에 따라 전동화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토요타의 전동화 전략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효율 개선과 전기차 확대를 병행하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고유가 환경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더욱 현실적인 선택지로 작용한다. 연료 소비를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과 장기적인 전동화 전환이 동시에 작동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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