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이라는 나만의 패션 아카이브를 재탐색할 시간. 익숙한 것들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됐다.
옷장 속 반란, 스테디 아이템의 재발견


새 옷을 사고 싶다면 지갑을 열기 전, 방 안의 옷장부터 열어보자. 이번 시즌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은 지속 가능한 가치를 내세우며 소유보다 ‘활용’에 패션의 방점을 찍었다. 낡고 투박한 번 재킷이 이브닝드레스와 만나 화려한 외출을 준비하고, 통 넓은 배기팬츠에 밀려 서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슬림 스트레이트 실루엣의 진도 케이트, 구찌 등의 컬렉션을 통해 귀환을 예고했다. 돌고 도는 유행 속에 언제 사두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옷들이 비로소 주인공이 될 ‘때’가 돌아온 것! 2026 봄 컬렉션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은 늘 있던 것에서 특별한 무엇이 된 스테디 아이템들이다.





우선 엄마의 옷장 문에 계절 내내 걸려 있던 빈티지 스카프를 하나 챙겨두자. 이번 시즌 스카프는 그저 목에 두르는 소품을 넘어 룩의 골조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활약한다. 셀린느는 쇼 초대장을 스카프에 묶어 보낼 만큼 이 아이템에 집중하며 지성과 예술, 보헤미안 정서에 기반하는 레프트 뱅크(Left Bank) 스타일의 정수를 선보였다. 에르메스 역시 1937년 탄생한 까레를 해체해 목걸이와 엮어 초커로 만들거나 벨트 루프에 묶는 등 실험적인 변주로 스카프 스타일링의 아이디어를 더했고,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에서는 스카프가 아예 랩 스타일의 스커트로 변모해 한층 높아진 존재감을 자랑했다. 올봄에는 잘 고른 스카프한 장이 새 옷 여럿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때 ‘아저씨 옷’으로 통했던 폴로셔츠는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후 여전히 패셔너블한 면모를 과시 중이다. 미우미우는 폴로셔츠를 여러 벌 겹쳐 입는 언더셔츠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프라다는 1200유로에 달하는 초고가 폴로를 통해 평범한 아이템의 극단적 고급화를 선택했다. 폴로셔츠의 뒤를 잇는 건 럭비 셔츠. 조너선 앤더슨은 첫 디올 여성복 컬렉션에서 디올 마리니에르(Dior Marinière) 럭비 셔츠를 통해 브랜드의 새로운 유니버설 클래식을 제시했다. 콧대 높은 럭셔리 하우스에선 손도 안 댈 것 같던 이 투박한 스포츠 아이템이 실크의 광택과 정교한 자수를 입고 지적이며 세련된 이미지로 둔갑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단순히 ‘프레피 룩’의 연장선이 아니다. 디올의 엄격한 테일러링을 향한 조너선의 이 유쾌한 반항은 럭비 셔츠라는 지극히 민주적인 아이템을 배타적인 럭셔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고도의 전략인 셈. 이제 럭비 셔츠는 땀에 젖은 운동복 대신 실크 스커트나 진주 목걸이와 만난다.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 역시 실크나 새틴 소재로 만든 오버사이즈 럭비 셔츠를 테일러드 트라우저에 무심하게 매치해 미국의 스포티한 감성을 파리의 우아함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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