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서 핫한 순대국집, 현지인 추천 찐맛집

봄바람 불어오는 골목을 걷다 허기가 밀려왔다. 허전한 속을 채울 만한 따뜻한 음식을 떠올리다 발길이 멈춘 곳. 상암동 구석에 자리한 순대국집, 이름은 '다가이 순대국'이다.
아침 시간대였지만 식당 안은 이미 북적였다. 5시부터 문을 여는 집답게 일찍부터 손님이 들었다. 벽면에는 연예인 사인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 방송사 근처라는 입지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골이 붙는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
주문한 건 따로국밥 형태의 순대국이었다. 국물과 밥은 따로 나왔고, 순대와 머리고기, 간, 허파는 접시에 담겨 함께 제공됐다. 접시 크기가 작지 않았고, 고기 양도 넉넉했다. 공깃밥 하나를 시켰을 뿐인데, 별도 주문 없이 차려진 접시였다. 말은 없었지만 ‘서비스’로 볼 수밖에 없었다.

순대는 잡내 없이 담백했고, 머리고기는 탱글하고 두툼했다. 간은 부드럽고 허파는 푹신했다. 곁들임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였다. 소금, 된장, 고추소스까지 따로 나와 고기마다 어울리는 양념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은 따뜻했고, 반찬이 다 놓이기도 전에 상은 이미 풍성했다.
국물은 들깨가루와 깻잎 향이 뒷맛을 잡아줬다. 맑지 않았고, 진득했다. 국밥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건더기가 많았다. 국물 한 숟갈에 밥을 말면 무겁지 않게 한 끼가 됐다. 탁하지 않은 기름기, 지나치지 않은 간. 뒷목을 눌러주는 국물 온도가 속을 편하게 만들었다.


가게는 넓지 않았지만 테이블 간격이 좁지 않아 둘이 식사하기에도 불편함은 없었다. 벽면에 부착된 환풍기와 커다란 선풍기, 자리마다 구비된 조미료통까지 오래된 식당 특유의 질서가 느껴졌다. 계산대 앞에는 소주 박스가 쌓여 있었고, 안쪽 냉장고엔 머리고기와 곱창 볶음용 재료가 정리돼 있었다. 대충 흘려 만든 집은 아니었다.

기본 순대국 가격은 1만1000원. 공깃밥 포함, 순대한접시 제공. 리필 요청 없이도 푸짐한 양이다. 국물 추가도 가능하다. 메뉴판엔 내장탕, 황태콩나물해장국, 머리고기, 곱창볶음, 순대볶음 등도 있었다. 점심 장사뿐 아니라 저녁 안주로도 충분해 보였다.
방문 당시 한쪽에서는 머리고기를 써는 장면이 보였다. 도마 위 고기가 규칙적으로 썰리는 동안에도 손님들은 묵묵히 밥을 비우고 있었다.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 과한 친절도 없는 응대. 불편함 없이 집중해서 먹을 수 있었다.



날씨가 맑아 문이 열려 있었고, 봄바람이 느껴졌다. 국물 한 그릇, 따뜻한 밥, 잘 손질된 고기. 봄 점심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었다. 특별한 레시피나 쇼잉 없이도, 기본으로 승부하는 식당이었다.
상암 근처에서 든든한 식사를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집이다. 오랜 단골도, 방송 촬영도, 입소문도 결국은 음식 맛으로 쌓인다. 이 집은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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