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후반 들어 깊은 부진에 빠지며 결국 147일 동안 지켜오던 5할 승률마저 무너졌다. 9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패배로 시즌 전적은 62승 63패 6무, 승률 0.496을 기록하게 됐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승패 마진 +13을 자랑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팀이, 불과 몇 주 만에 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8월 한 달 동안 기록된 12연패와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선발진의 붕괴, 그리고 경기 흐름을 잇지 못한 수비 불안이 결국 팀을 여기까지 끌어내렸다.
롯데의 추락은 사실상 8월 초부터 본격화됐다. 7월까지만 해도 3위 자리를 지키며 안정적인 순항을 이어갔지만, 8월 들어 팀은 걷잡을 수 없는 연패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8월 7일 KIA전에서 시작된 패배는 무려 12연패로 이어졌다. 팬들의 체감으로는 단순히 성적 부진을 넘어 ‘팀 전체가 한꺼번에 멈춰 선 듯한’ 무기력함이었다. 그때부터 선수단 분위기는 급속히 가라앉았고,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연패가 팀 전체 멘탈에 남긴 상처는 9월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뼈아팠던 건 주축 선수들의 연쇄적인 이탈이었다. 팀의 주장 전준우는 8월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뒤, 회복 과정에서 오른쪽 손목 굴곡근건 염증까지 겹치며 복귀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조차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다. 배팅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전준우는 올 시즌 타율 0.288, 7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클러치 상황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였다. 그런 베테랑 타자가 빠지자 롯데 타선은 결정적인 순간 힘을 내지 못했고, 승부처에서 번번이 밀리게 됐다. 여기에 주전 포수 유강남마저 타구에 어깨를 맞아 수주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수비 리드와 투수 운용의 중심을 잡아주던 포지션까지 공백이 생기면서 마운드 전체의 안정감도 크게 흔들렸다.

투수진, 특히 선발 로테이션의 불안정도 큰 문제였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은 9월 9일 한화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시즌 내내 연패를 끊어내야 할 ‘스토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반즈의 장기 이탈 이후 뎁스가 얇아진 선발진은 결국 이닝 소화 부족과 초반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고, 불펜 과부하까지 덮쳤다. 팬들 사이에서는 “초반 몇 점 내주면 그대로 무너진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 흐름을 뒤집는 힘이 사라졌다. 여기에 수비 불안까지 겹쳤다. 9월 9일 경기에서도 유격수 송구 실책이 추가 실점으로 직결되는 장면이 나왔다. 1점 승부에서 이런 작은 실수는 곧 패배로 이어졌고, 선수단은 점점 위축됐다.

결국 롯데의 5할 붕괴는 단순히 성적표에 찍힌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팀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운영의 허점을 드러낸 결과다. 베테랑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주축이 이탈하면 이를 메울 젊은 자원의 준비가 부족하다. 선발진은 특정 선수에게 지나치게 기대고 있고, 불펜은 한 번 무너질 때마다 회복이 더디다. 공격에서는 클러치 능력이 떨어지고, 수비에서는 작은 실수가 잦다. 무엇보다 연패를 끊어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롯데는 여전히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승률 5할이 무너진 지금, 팬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남은 기간 동안 주축 선수들의 빠른 복귀와 함께 젊은 자원들의 과감한 기용이 필요하다. 동시에 선발진이 최소한의 제 몫을 해내야 불펜과 타선이 힘을 낼 수 있다. 단순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147일 만에 무너진 5할 승률은 롯데가 왜 아직 상위권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가을야구를 꿈꾸는 팬들은 여전히 “한 번만 반등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 바람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롯데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올 시즌 남은 일정은 단순히 순위 싸움이 아니라, 이 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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