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일본인..한국인 많이 오길 바라며" 한국어 안내서 마련한 프랑스 와인 창고
한국인이 많이 오길 기다리며 한국어 안내서 비치한 부브레 와인 저장소 '카브 드 부브레'(Cave de Vouvray).
15일 프랑스 셰프가 직접 한국 음식 준비해 부브레 와인과 어울림을 프랑스 사람들에게 선보일 예정.
부브레 와인을 아시나요?
와인 애호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슈냉블랭'. 루아르 강을 따라 형성된 와인 가도 중 부브레 마을의 화이트 와인은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슈냉블랭 품종으로 만드는 부브레 화이트 와인의 풍미는 상당하다.
한국에서 온 지인들에게 '루아르 와인' 맛을 선사하기 위해 부브레 카브를 찾았다. 카브(CAVE)는 와인 저장고, 창고라는 프랑스어다. 프랑스 와인 생산지에서는 판매용 와인을 숙성시키는 카브 겸 시음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요일, 아침. 투르에서 차를 타고 부브레로 이동했다. 안개가 짙게 갠 루아르 강을 따라 지어진 프랑스 귀족풍의 성들과 집들이 처음부터 분위기를 장악한다.
부브레는 한적한 마을이다. 언덕길을 올라 찾은 카브 이름은 '카브 드 부브레'다. 3km 이상의 동굴형 와인 창고를 구경할 수 있다길래 선택했다.
한국 관광객 많이 오길 기다리며 한국어 안내서 준비
와인 창고 방문은 자유 방문으로 했다. 하지만, 프랑스어나 영어를 한다면 그날 가능한 시간에 맞춰 가이드 탐방도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홈페이지 사전 예약은 필수다.
와인 창고 자유 방문은 무료였다. 안내 데스크에서 '방문용 가이드 설명서'를 어떤 언어로 원하는지 물었다.
- 프랑스어 2개와 영어 2개요.
지인들은 프랑스어를 못하기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요청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어 안내 관광설명서를 찾아보기 쉽지 않기에 '자동 반사적'인 반응이었으리라.
그래도 혹시나 싶어 수줍게 물었다.
- 혹시 한국어 안내서도 있나요?
- 그럼요!
오잉? 당황스러웠다. 왜 있지?
-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나요? 한국어 안내서를 배치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 일본 관광객들은 단체로 많이 온다. 한국분들은 개인으로 가끔씩 오신다. 한국분들이 많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친한파 카브다. 이 카브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높았다. 오는 15일에는 한국 요리에 관심이 많은 셰프를 초청해 자신들의 와인 시음회를 대중에게 연다. 한국 요리와 부브레 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 관련된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직 순수하게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한국 요리와 프랑스 와인의 조화를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어 안내서를 들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와인 창고에 들어섰다. 창고에 가기 전 와인 박물관은 작지만 알찼다. 한 구석에서는 부브레 와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방영 중이었다. 와인에 대한 상식 등도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와인잔이 다른 이유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사진에서 보는 대왕잔은 옛날 기사 수여식 때 쓰였던 잔이라고 한다. '와인 딱 한 잔만 마실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잔이다.
3km, 5백만 병 와인 숙성 중인 동굴 창고
굳게 닫힌 흰 문을 열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동굴이었다. 부브레나 근처 호슈코르봉 마을은 높은 언덕 내 동굴을 만들어 집이나 와인 창고로 쓰는 곳이 많다. 카브 드 부브레의 동굴형 와인 저장고도 그런 형식이다. 3km에 달하며, 와인 5백만 병 정도가 저장되어 있다. 엄청난 크기다. 동굴은 와인 저장에 적합한 장소다. 서늘하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23도 온도와 습도 55%는 와인 숙성을 위해 최적화되었다.
오래된 오크통과 저장 연도별로 정렬된 와인들을 보며 감탄을 자아낼 때쯤이면 어느새 다시 와인 판매 장소로 도착해 있다.
이곳에서는 와인 시음을 진행할 수 있다. 소믈리에가 직접 카브 드 부브레에서 숙성 한 와인을 하나하나 추천해 주면서 시음하도록 한다. 친절한 설명이 뒤를 잇는다. 시음은 모두 무료다. 원하는 만큼 계속 마실 수 있다. 다만 19유로를 내면 나무 도마 위에 차려진 프랑스 아페로 정식을 안주 거리로 삼을 수 있다. 여기에는 루아르 지역 치즈와 루아르에서 나오는 리예뜨, 물꼬기 테린 등이 나온다. 모두 지역품을 사용한다.
매우 달콤한 것에서부터 씁쓸한 것까지 맛의 정도에 따라 모든 와인을 시음했다. 레드 와인은 부브레산 와인이 아니기에 시음하지 않았다. 그 유명한 슈냉 블랭도 맛볼 수 있다.
소믈리에에게 '건배'를 알려줄 때쯤이면 어느새 와인 몇 병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무료 시음의 엄청난 위력이다.
주인장은 떠날 때 또 한 번 묻는다. 한국어로 'Bon voyage'를 어떻게 하나요? 역시 친한파 가게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15일 프랑스 셰프가 선보이는 한국 음식과 부브레 와인 시음회 취재가 기대된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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