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라도 한 풀 수 있게"…제주 4·3 유족 가족관계 바로 잡는다
제주 4.3 때 부모, 배우자를 잃었지만, 당시 출생이나 혼인신고가 안 돼 유족 보상을 못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서 족보나 증언 등으로 확인되면 가족 인정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82살 윤옥화 할머니가 허리 높이 수풀을 헤치고 부모님 묘지로 향합니다.
[윤옥화/제주 4·3 생존자 : 아버지 이름은 윤수학이고 어머니 이름은 박영심, 옥화 옥자…]
아무나 '빨갱이'로 몰던 4.3 광풍은 7살 윤 할머니가 살던 마을에도 닥쳤습니다.
[윤옥화/제주 4·3 생존자 : 가만히 집에 있는 사람들을 끄집어내 가지고 그냥 '나가라' 하면서 불붙여가면서.]
군인들 총격에 부모님이 쓰러지던 기억이 생생한데, 나라는 윤 할머니가 피해자 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출생신고가 안 되어 있던 탓입니다.
[윤옥화/제주 4·3 생존자 : 세상에 부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가족 인정이 된다면) 날개 없어도 날고 싶을 거예요. 진짜로…]
현봉환 씨는 24살 때 끌려가 실종된 작은아버지 양자로 살아왔습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 뜻이었습니다.
[현봉환/제주 4·3 희생자 유족 : 집안 가족 중에 누가 행방불명이 되거나 한 사람이 있냐.' '너 이리 나와 봐, 너 저리 나가 있어.' 그게 탈락이었단 거야.]
평생 낙인을 감내했고, 제사도 꼬박꼬박 모셨지만 호적 정리를 못 해 유족 보상은 못 받고 있습니다.
이런 뒤틀린 가족관계 바로잡을 길이 열렸습니다.
정부가 법을 바꿔 비석이나 족보, 친족 보증 등도 증거로 보고 가족관계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9월부터 2년간 신청을 받습니다.
[양성주/제주 4·3 희생자 유족 : 그 당시에 태어난 사람이 이제 벌써 80살 가까이 돼가고 있는데, 그 한이 조금 늦게라도 풀릴 수 있게끔….]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가족은 서류상으로라도 다시 모일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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