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 세계에서 반려인구와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손꼽힌다. 미국반려동물산업협회(APPA)가 발표한 ‘2021~2022년 반려동물 소유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0%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2022년 1,290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30년 1,96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려인구 규모에 비해 수의사와 동물병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반려동물이 아플 때 제때 진료를 받기 어렵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응급실 이외의 선택지가 없어 보호자들의 부담이 크다.
2020년 설립된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 닥터테일은 이 같은 문제에 주목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의료 기록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AI 온라인 수의사 상담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 기록 보관 서비스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81%가 진료 후 의료 기록을 제공받지만, 대부분 종이 형태이기 때문에 보관이 번거롭고 필요할 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진료가 끝난 후 의료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내려받아 앱에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의료 기록은 병원마다 형식과 표현이 달라 앱에 일관되게 보관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의료 정보를 자체적으로 SOAP 구조(Subjective, Objective, Assessment, Plan)에 맞춰 재구성해 표준화된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여기에 더해 보호자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 용어를 일상적인 문장으로 자동 해석해주는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AI 기반 온라인 수의사 상담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의료 기록 보관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이용자들로부터 이 기록을 바탕으로 상담을 제공해 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실제로 미국은 동물병원이 많지 않아 진료를 받기 위해선 2~3주 전에 미리 병원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을 기다리던 중 반려동물이 갑자기 아프다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진료비가 비싼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응급실에 방문할 만큼 긴급하지 않은 경우다. 반려동물이 이상 증상을 보일 때, 당장 병원 진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상담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온라인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기본 정보를 입력한 뒤 사전 문진을 통해 현재 상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상담이 시작된다. 이후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입력하면 자체 알고리즘이 증상의 심각도를 우선 안내하고, 30분 이내에 AI 수의사의 답변이 제공된다. 다만 반려동물의 상태는 언제든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내용에 사전 동의해야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AI 수의사 상담 기술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나?
닥터테일의 AI 수의사는 수의사 30여 명이 실제 상담을 수행하며 수집된 15만 건 이상의 익명화된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며 보호자의 질문 유형이 예상보다 다양하지 않고 반복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증상 조합은 약 200개 클러스터로 구분되고, 수의사 답변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과 답변의 상관관계를 모델링해 중증도 분류 엔진을 구축했다.
현재 AI 수의사는 LLM(대규모 언어모델)과 XGBoost 기반 증상 분류기를 앙상블한 구조로 작동한다. 보호자가 입력한 문진 내용은 LLM이 요약하고 정규화하며, 분류기가 이를 기반으로 즉시 중증도를 판단해 사용자에게 안내한다. 이후 수의사가 설계한 예외 케이스 룰과 샘플링 리뷰 등 검수 프로세스를 거친 최종 AI 답변이 발송된다. 내부 테스트에서 99% 이상의 신뢰도를 확보했으며, 실제 이용 시에는 ‘AI 상담’이라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닥터테일의 AI 수의사는 병원 기록 자동 동기화 시스템과 연동돼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과거 어떤 병원을 방문했든 진료·검사·백신 등의 의료 기록이 앱에 저장되어 있어, AI는 해당 병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참조해 더 상세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병원 방문이 필요한 경우 현재 위치나 경과 시간, 진료 과목 등을 고려해 적절한 병원을 추천하고, 필요 시 의료 기록을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법도 함께 안내한다. 반대로 가정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보호자가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케어 방법과 관련 제품·서비스도 함께 추천된다. 이를 통해 보호자는 보다 개인화된 설명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AI 역시 축적된 병력 기반으로 더욱 정확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 규모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약 63만 명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닥터테일 서비스를 이용했고, 누적 온라인 상담 건수는 20만 건을 넘어섰다. 상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9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하루 수백 건의 온라인 상담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분석 결과 닥터테일을 이용한 보호자들은 1인당 평균 약 420달러의 진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만족도와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서비스의 신뢰성과 지속 이용률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닥터테일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닥터테일은 과거 어떤 병원을 방문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의료 기록을 자동으로 동기화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AI 수의사가 과거 상담 이력을 충분히 학습하고 있어 반복적인 질문에 대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다.

CES2025에서 삼성전자와 협업한 결과물을 공개했다
2024년 북미 전역의 삼성 스마트 TV에 비디오 상담 기능을 더해 복합적인 증상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삼성 스마트폰 전 기종에 닥터테일 앱을 기본으로 탑재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삼성 스마트 기기를 통해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이 필요할 때는 스마트 홈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서 닥터테일 서비스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새로운 이용자 유입을 위한 전략이 궁금하다
새로운 이용자 유입을 위해 구글과 메타를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 내 동물 보호소와의 계약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반려동물을 처음 입양한 초보 보호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호소를 통한 유입은 신뢰 기반의 초기 접근으로, 보호자의 첫 경험에서부터 닥터테일이 함께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신규 도입된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기존 사용자가 다른 보호자를 초대하고 직접 소통하면서 자발적인 서비스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닥터테일은 유저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적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생태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한다. 타겟 페르소나를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저 리서치, 완성된 제품 혹은 전략에 대해 실사용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테스터를 모집해 주는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닥터테일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Smart pet care, made simple’이라는 슬로건처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특히 기술을 통해 반려동물 의료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Online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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