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백인 여성이 13살 한국계 남성을 사랑했다, 그리고…

▲ 영화 <메이 디셈버> ⓒ 판씨네마(주)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75]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2015년, 몇 편의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배우 '엘리자베스 배리'(나탈리 포트만)는 독립 영화로 촬영할 자신의 역할을 위해 조지아의 서배너로 향한다.

'엘리자베스'는 1992년, 36세의 나이로 아들 '조지'(코리 마이클 스미스)의 학교 친구인 13살의 한국계 미국인 '조 유'(찰스 멜튼)와 반려동물 가게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 적발된 '그레이시 애서턴-유'(줄리안 무어)를 연기할 예정이었다.

옥살이 기간, '엘리자베스'는 '조'의 딸 '아너'(파이퍼 쿠르다)를 낳았고, 23년이 지난 이후 '그레이시'와 '조'는 3명의 자녀를 키운 부부가 되었다.

'엘리자베스'가 온 때는 쌍둥이 '찰리'(가브리엘 정)와 '메리'(엘리자베스 유)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시기였다.

'그레이스'와 '조'의 일상에 스며들면서, 부부를 관찰하고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면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가려 애쓴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로 지명된 <메이 디셈버>는, 꾸준히 젠더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으며, 인간을 탐구해 온 영화를 만든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이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의 데이빗 보위를 보여준 <벨벳 골드마인>(1998년), 여섯 명의 배우들이 밥 딜런을 연기하도록 한 <아임 낫 데어>(2006년), 그리고 여성 퀴어 영화의 상징이 된 <캐롤>(2015년)이 대표적으로 자리 잡았을 터.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훌륭한 재능 중 하나를 탐구하는 영화"라고 <메이 디셈버>를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재능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거대한 거부감'이라는 것.

<메이 디셈버>는 1992년, 지역 언론이 아닌,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스캔들로 탄생한 미국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게 될 여성과 그 가족들이 사건 이후로 보낸 시간을 연구하기 위해 향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간 토드 헤인즈 감독과 작업하기 위해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보냈던 나탈리 포트만이 제작과 연기를 모두 맡은 작품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새미 버치가 쓴 시나리오 안에는 여성의 내면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 등 토드 헤인즈 감독이 오랫동안 자신의 영화 속에서 고심해 왔던 많은 아이디어가 담겨 있음을 파악하고, 독특한 영화의 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은 토드 헤인즈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토드 헤인즈 감독 역시 잠재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는 주제를 일종의 관찰자적 인내심을 가지고 탐색해 이야기 속 인물들을 흔치 않은 미묘함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으로 각본을 선택했다고.

영화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전작 <다크 워터스>(2019년)를 떠올리게 한다.

'롭 빌럿'(마크 러팔로) 변호사가 대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 물질 유출을 폭로하면서 벌어지는 <다크 워터스>에서, 주인공은 피해 마을 주민을 인터뷰하며 조사를 진행한다.

'그레이시'의 세계를 관찰하고 연구하며, 남편인 '조'를 알아가면서, '엘리자베스'가 가진 '신뢰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가 세우고자 했던 정직한 초상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자신의 야망과 주제넘음, 기만으로 인해 흐려지게 된 것.

연극 수업만 해도 성관계 장면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하던 '엘리자베스'는, 점차 '조' 앞에서 흔들리며 당시 '어른이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메이 디셈버>의 진정한 주역이 '엘리자베스'와 '그레이시'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가 아닌, '조'를 연기한 한국계 배우(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이번 '오스카 레이스'에서 수상 소감 등을 통해 한국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 유라고 생각한 지점은 이때부터였다.

영화의 초반부는 '조'가 어떤 사람인지 많은 정보가 제시되지 않는다.

그저 '그레이시'와 화목한 가정을 꾸린 번듯한 가장으로 보이지만, '조'의 내면은 23년 전의 과거에서 전혀 자라지 못했던 것.

배우 입장에선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일 텐데, 찰스 멜튼은 자신의 존재감과 설득력 있는 연기를 뽐냈는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두 베테랑 배우 사이에서 스파크가 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해줬다. (아쉽게도 이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엔 지명되지 못했다)

한편, <메이 디셈버>는 마치 과거 TV 치정극 드라마,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연 TV 영화에서 볼 법한 화면 구도, 그리고 편집을 보여준다.

특히 <졸업>(1967년)과 같은 나이 든 여성과 어린 남성의 관련한 영화(물론, <맨하탄>(1979년) 같은 반대 사례도 참고했다고)나, 여성들을 서로 대립시키거나 중요한 순간에 등장인물이 렌즈를 직접 바라보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가을 소나타>(1978년) 등에서 레퍼런스를 구축했다고 한다.

또한, 작품만의 독특한 음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사랑의 메신저>(1971년)에 사용된 미셸 르그랑의 음악을 차용한 것으로, 이 작품은 영국 상류층의 철저한 계급주의, 이에 따라 고통받는 연인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면서 평생 남을 상처를 안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메이 디셈버>의 사전 준비 기간이나, 촬영, 편집 기간에도 계속 연주되었던 이 음악은 마르셀로 자르보스 음악감독이 차용해, 작품 고유의 서스펜스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2024/03/07 메가박스 코엑스

메이 디셈버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찰스 멜튼, 코리 마이클 스미스, 파이퍼 쿠르다, 조슬린 셸포, D. W. 모펏, 드류 샤이드, 엘리자베스 유, 안드레아 프랭클, 켈빈 한 이, 알리 맥컬록, 한스 오브마, 찰스 그린, 헤일리 위스트, 로렌스 아란시오, 줄리 아이비, 새미 버치, 제시카 엘바움, 윌 페렐, 그랜트 S. 존슨, 파멜라 코플러, 타일러 W. 코니, 소피 마스,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틴 바숑, 리 브로다, 새미 버치, 조너선 몬테파레, 제프 라이스, 톨스턴 슈마허, 크리스토퍼 블라우벨트, 아폰소 곤칼베스, 샘 리센코, 에릭 딘, 제스 로열, 에이프릴 나피어
평점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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