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마주한 가장 살벌한 눈동자, 박스오피스를 훔치다

여름 극장가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른 스릴러 영화 '눈동자'가 심상치 않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눈동자'는 개봉 첫 주말 동안 2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동시기 개봉작 1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최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외화들의 공세 속에서 순수 제작비 66억 원의 중소 규모 한국 스릴러 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지지를 받는 배경에는, 시각의 차단이라는 장르적 쾌감과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강력한 입소문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는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신민아 분)이 자신보다 먼저 실명한 뒤 도예가로 성공했으나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쌍둥이 동생 서인(신민아 분)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모두가 서인의 죽음을 단순 자살로 종결지으려 할 때, 서진은 동생의 작업실에서 기묘한 위질감을 느끼고 홀로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서진의 점차 흐려지는 시야와 제한된 시점을 고스란히 공유하게 만들며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시각장애라는 설정을 공포의 극대화 장치로 활용한 염지호 감독의 미장센은 탁월하다.

'눈동자'가 지닌 흥행의 핵심 카드는 중반부 이후 몰아치는 파격적인 전개와 예측 불허의 플롯에 있다. 서진의 눈이 되어 사건을 쫓는 담당 형사 도혁(김남희 분)과의 긴장감 넘치는 추적 과정은 극 전체를 팽팽하게 지탱한다. 특히 중반부를 지나 결말에 다다를수록 극장 안을 거대한 충격과 전율로 몰아넣는 극적인 장치들이 빛을 발한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서사의 충격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 사이에서 "절대 스포일러를 보지 말고 극장으로 가야 한다"라는 자발적인 추천 열풍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실적 공포와 장르적 서스펜스를 엮어낸 연출은 한국 사회의 불안을 정조준하는 데 성공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등 공신이다. 배우 신민아는 스크린 복귀작에서 쌍둥이 자매인 서진과 서인을 오가는 고난도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영리한 하드캐리를 선보였다. 완벽한 감정의 낙차를 보여주는 김남희의 섬뜩한 얼굴 역시 관객들의 소름을 유발한다.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린 '눈동자'가 장기 흥행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눈동자'에 대한 짧은 리뷰

'눈동자'는 어둠이라는 절대적인 수동성의 공간을 능동적인 추적의 무대로 뒤바꾸려는 대담한 야심작이다. 영화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라는 모순적인 설정을 통해, 스릴러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감각적 고립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카메라는 인물의 흐려진 초점을 스크린에 그대로 투사하며, 관객을 목격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공포의 동참자로 격상시킨다. 익숙한 공간이 단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괴한 사지로 변모하는 과정은 염지호 감독이 짜놓은 정교한 미장센 안에서 우아하면서도 서늘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동력은 감각의 차단이 아닌, 관계의 전복에 있다. 신민아가 연기한 서진 and 서인이라는 쌍둥이의 도플갱어적 구도는 단순히 1인 2역의 과시를 넘어,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체각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은유한다. 여기에 구원과 파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인물들의 심리전은, 신뢰라는 가장 안전한 감정이 어떻게 가장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아프게 찌른다. 인물들의 내면에 도사린 정서적 결핍과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문법은 배우들의 서늘한 눈빛이 얹어지며 텍스트 이상의 입체감을 획득한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 파국으로 치닫는 해결 방식의 완급조절이다. 정교하게 쌓아 올린 전반부의 서스펜스에 비해, 후반부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과정은 일부 관객들에게 다소 급작스럽거나 작위적인 느낌을 줄 여지가 있다. 서사를 매듭짓기 위해 준비된 일련의 장치들이 장르적 여백을 촘촘하게 채우는 과정에서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점착감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해 가는 시야 속에서 끝내 진실을 부릅뜨려 했던 인물의 강렬한 응시와 관객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의 타격감은 극장을 나선 후에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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