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이닝당 볼넷 17.36개. 숫자가 말해준다.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4)의 제구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2경기 4⅔이닝 평균자책점 13.50.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 대신 개막 2선발로 낙점하며 힘을 실어줬는데,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팬들 사이에서는 "군대나 빨리 가는 게 낫지 않나"라는 냉혹한 반응까지 나온다.
76구 중 스트라이크 43개

4일 광주 NC전이 대표적이었다. 이의리는 2⅔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76구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43개(56.6%)에 불과했다. 전날 선발 등판한 NC 구창모의 스트라이크 비율(74.4%)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했다.
1회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홈런을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박민우 2루타, 데이비슨 안타로 2사 1·3루가 됐는데, 김형준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2회에는 19살 신인 신재인에게 솔로홈런을 헌납했다.
3회가 더 심각했다. 김형준 볼넷, 신재인 볼넷, 최정원 볼넷.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자 이범호 감독은 황동하를 호출했다.
첫 등판도 2이닝 만에 강판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9일 인천 SSG전도 마찬가지였다. 2이닝 4피안타 1피홈런 3볼넷 4실점. 총 13타자를 상대하며 들쭉날쭉한 제구로 진땀 뺐다.
이범호 감독은 SSG전에서 불펜 5명, NC전에서 4명을 투입하며 경기를 마쳤다. 선발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니 불펜 운용에 부담이 커졌다. 롱릴리프 황동하가 긴 이닝을 책임지지 않았다면 소모는 더 컸을 것이다.
매년 제구가 문제

이의리는 KIA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2021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입단해 2022년 10승, 2023년 11승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그런데 매년 제구가 불안했다. 2022년에는 9이닝당 볼넷이 4.32개로 규정 이닝을 채운 22명의 투수 중 20위에 머물렀다. 승리는 했지만 늘 불안했다.
2024년 6월에는 팔꿈치 수술(내측측부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을 받았다. 올해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구위는 좋은데

이범호 감독은 "지난 등판 때도 그렇고 구위나 이런 부분은 좋아 보이는데, 자꾸 맞아나가는 건 아무래도 상대가 예측하고 타격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2볼 2스트라이크 이런 경우에 빠른 공이 날아올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타자들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 구속 151km. 삼진도 5개 잡았다. 피홈런 2개에 대해서는 "보더라인에 잘 들어왔다. 구위가 좋고 구속이 빠르다 보니 타자가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며 "그런 부분은 차츰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

이범호 감독은 베테랑 양현종 대신 이의리를 개막 2선발로 낙점하며 믿음을 보냈다. 두 경기 연속 조기 강판 후에도 "다음 등판 때 한 번 기대해보겠다"며 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로테이션에 변화가 없다면 다음 등판은 10일 대전 한화전이다.
그런데 KIA는 이미 1승 6패로 리그 최하위에 추락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네일과 가이어가 리그 최강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토종 선발진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은 구속이 130km대까지 떨어졌고, 윤영철·김도현도 불안하다.

팬들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언제까지 기회를 주나", "데일 데려온 것보다 이의리 계속 쓰는 게 더 문제", "차라리 군대 갔다 와서 다시 시작해라"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세 번째 등판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회는 또 주어진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모습이라면, 이범호 감독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