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이나 계곡 주변 식당에서 갓 잡은 민물고기를 회로 뜨거나, 살아있는 민물 게를 짭짤한 간장에 절여 먹는 식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원재료가 살아있을 만큼 싱싱하거나 소금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기생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류의 신선도와 기생충 감염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민물고기와 민물 갑각류의 근육이나 내장에 자리 잡은 기생충의 유충(피낭유충)은 단단한 보호막에 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호막은 고농도의 소금물이나 식초, 매운 고추장 양념 속에서도 유충이 살아남도록 보호하므로 생식할 경우 인체 감염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을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은 간디스토마로 알려진 간흡충증입니다. 붕어, 잉어, 향어, 피라미 등 30여 종의 담수어는 간흡충의 중간숙주 역할을 합니다. 매콤한 양념과 채소를 곁들인 민물고기 회무침 역시 기생충이 사멸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생선회와 동일하게 감염을 일으킵니다.

사람이 간흡충의 피낭유충에 감염된 민물고기를 섭취하면, 유충은 십이지장에서 보호막을 벗고 담관을 타고 올라가 간 내 담관에 자리 잡습니다. 성충이 된 간흡충은 담관 벽을 자극해 만성적인 염증과 담석을 유발하며, 담도를 막아 황달이나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만성 담관염이 치료되지 않고 수년간 지속되면 담도암으로 진행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가을철 별미로 꼽히는 민물 참게장이나 민물가재 요리는 폐흡충 감염의 주요 경로입니다. 진한 간장이나 소금물에 게를 담가두면 삼투압 현상으로 기생충이 죽을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담수 갑각류 속 폐흡충 유충은 간장 게장 속에서도 일정 기간 생존합니다. 충분히 숙성되거나 가열되지 않은 민물 게장을 섭취하면 살아있는 유충이 그대로 소화기관으로 들어옵니다.
인체에 들어온 폐흡충 유충은 소장 벽을 뚫고 복강으로 나온 뒤, 횡격막과 늑막을 관통해 폐로 이동합니다. 약 6주의 잠복기를 거쳐 폐에 자리 잡은 성충은 지속적인 기침과 흉통, 피가 섞인 쇠녹물 색의 가래를 유발해 폐결핵이나 폐렴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드물게 유충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복부나 뇌 등 다른 장기로 침범하면 복통이나 두통, 시각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민물고기 회를 먹을 때 독한 술이나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살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속설은 의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알코올이나 식초 성분이 위장 내에서 기생충 유충을 사멸시키려면 인체 점막이 손상될 정도의 고농도가 필요하므로, 일반적인 섭취량으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습니다. 또한 직접 회를 먹지 않더라도 민물고기를 손질한 칼과 도마, 행주에 묻은 유충이 다른 식재료로 옮겨가는 교차 오염을 통해서도 감염이 발생합니다.

매년 봄가을에 약국에서 사 먹는 일반 구충제로 모든 기생충이 해결된다는 생각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알벤다졸이나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는 회충, 요충, 편충 등 장내 기생충에는 작용하지만, 담관이나 폐 조직에 기생하는 간흡충과 폐흡충은 제거하지 못합니다. 흡충류 감염이 의심될 때는 병원에서 대변 검사나 객담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받고 의사 처방에 따라 프라지콴텔 성분의 전용 치료제를 복용해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민물고기와 민물 갑각류를 통한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날것으로 먹는 습관을 피하고 중심부까지 완전히 익혀 먹는 것입니다. 간흡충과 폐흡충의 유충은 열에 약해 음식을 7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거나 끓는 물에 완전히 익히면 사멸합니다. 민물고기는 매운탕이나 지리, 찜, 조림 등으로 충분히 끓여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민물 식재료를 다룰 때는 조리 도구의 위생 관리도 철저히 병행해야 합니다. 자연산 민물고기나 참게를 손질한 칼과 도마는 다른 채소나 과일을 썰 때 재사용하지 말고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교차 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한 주방 도구는 세제로 씻은 뒤 끓는 물에 10초 이상 가열해 소독하면 남아있을지 모를 유충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민물고기 회나 민물 게장을 섭취한 경험이 있으면서 원인 모를 소화불량, 우상복부 불편감, 혹은 수주 이상 이어지는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를 방문해 간단한 분변 및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간과 폐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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