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내 마약교육 의무화에도 전담인력 태부족…'모방범죄' 위험도
담임교사가 임시로 수업 진행하기도…교재는 전문용어 '빽빽'에 영상만 틀어
마약퇴치운동본부 '메타버스' 교육프로그램엔 SNS 통한 대리구매 방법 노출돼
장종태 의원 "담뱃갑 담긴 질환사진처럼 마약 위험성 정확하게 알리는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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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 마약사범이 3년 새 5배 가까이 급증(검거인원 2020년 241명→2023년 1066명)한 가운데 미래세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교내 마약 예방교육은 크게 늘었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와 전담 교육인력 부족 등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큰 예산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교육은 인스타그램 등에 친숙한 청소년에게 마약성분이 포함된 의약품 접근통로를 알려줘, 의도와 달리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 △대구 △인천 △세종 △강원 △전북 △전남 △경북 등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8곳에서 최근 5년간 마약류 예방 교육(연수)을 받은 경험이 있는 초·중·고교 교사는 총 7만 79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과반(54.2%)을 차지하는 3만 8402명은 온라인 교육만을 이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프라인 교육인 집합교육에 참여한 교원은 2만 4547명(34.7%)으로 이보다 현저히 적었다.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둘 다 이수해 그나마 학생들에게 가르칠 마약류 오·남용의 위험성을 조금 더 숙지한 교사들은 이수 유경험자의 11.1%인 7849명에 그쳤다.
해당 8개 지자체의 학교 수와 온·오프라인 교육을 모두 이수한 교원 수를 각각 대비하면 △초등학교 2525곳-3193명 △중학교 1351곳-2486명 △고등학교 970곳-2170명 등 단순 계산해도 1곳당 1.26명, 1.84명, 2.24명 등 1~2명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5년간' 이수이력자들을 취합한 통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대로 된 마약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학교는 예방교육을 담당할 보건교사 교육도 어려워 담임교사를 임시 지정해 수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에 해당 자료를 미제출한 시·도 교육청들은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에 따라, 마약 예방교육을 별도의 '필수 교육'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작년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바기도 하다. 마약은 원래 음주·흡연 등과 함께 '약물 오·남용 교육'으로 묶여 있었지만, 교내 교육 경험률은 작년 11월 기준 음주(61.0%)·흡연(86.9%)에 비해 훨씬 낮은 43.2%에 그쳤다.
이후 교육부가 관장하는 마약 관련 교육프로그램은 현재 171개로 전년도(80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엔 마약퇴치운동본부 사이트를 통한 직접교육도 포함된다.
프로그램 수만 보면 양적으로 확충 성과를 자랑할 만한 수치지만, 실제 전달되는 교육 내용이 문제다. 교재엔 여전히 전문용어가 빽빽한 데다, 교육시간에는 주로 영상만 띄워주는 경우가 많아 '구식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CBS노컷뉴스가 실제 중·고등학교 마약 예방교육 시 활용되는 PPT 화면을 확보해 살펴본 결과, 약물을 '일반적으로 의약품을 포함해 인간의 신체·정신·중추신경 행동과 감정에 변화를 초래하는 모든 물질'로 규정하거나, 남용의 개념을 '감정·인격·행동에 쾌락을 추구하고자 의학적 상식·법규를 벗어나 약물을 쓰거나 과잉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등 사전적·학술적 정의를 그대로 옮긴 느낌이 강했다.
이 중 일부로 포함된 마약류(향정신성 물질) 파트는 '중추신경흥분제(강렬한 쾌감과 흥분·기분의 고양·에너지 충만·수면 및 식욕 감소 등)', '중추신경억제제(외부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고 판단력을 흐리게 함)' 등의 분류를 단순 나열하고 해당되는 약물 예시를 드는 식이었다.
교사나 학생이나 '시간 때우기'로 끝나기 쉬운 내용인 셈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가 개발한 메타버스 교육도 실효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 교육에 쓰이는 게임을 사용해봤더니 메신저를 활용한 정보 공유 방법을 알려주고 마약 구매루트를 안내하는 포털사이트 검색어가 표출되는 등 오히려 '모방범죄'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성이 강한 펜타닐 패치제(마약성 진통제) 등 구매 가능한 품목도 알려줬다.
일부 화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이어트 의약품(마약성분 포함) 대리구매 방법을 보여주는 등 구매 힌트를 제공하는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껌보다 마약이 더 구하기 쉽다'는 말이 나올 지경인 국내 청소년 마약문제를 해결하기엔 지나치게 안이한 접근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담배를 살 때 흡연이 유발한 폐암 환자 등의 적나라한 사진을 보게 되듯 식약처가 마약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종태 의원은 "학교에서 과학적으로 도출한 정확한 사실을 토대로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선 마약에 중독돼 일상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영상으로 교육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마약중독을 이겨낸 사람을 강사로 채용해 경험을 교육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런 분들을 강사로 육성한다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마약을 스스로 극복했다는 자부심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아울러 "동시에 마약을 범죄로만 보지 않고 질병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치료전문기관과 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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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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