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를 가야 하는 아홉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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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말했다. 덴버에 간다고? 아무것도 볼 게 없을 텐데? 미국 중부 콜로라도의 주도(主都). 공기 맑고 물 좋은 전형적인 미국 도시. 그래서 여행 갈 만한 곳은 아니라는 데 암묵적인 동의가 퍼진 도시.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1.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캐나다에서 시작되는 로키산맥은 총 4,500km로 유타주, 애리조나주로도 이어지는데, 콜로라도주는 그 중간쯤이다. 유네스코 세계동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연간 45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엘크, 흑곰, 코요테 같은 야생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보다는 150여 개의 투명한 호수 중 하나만 보더라도 만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르게 된, 무려 해발 3,600m 정상. 나무가 빼곡한 거대한 산맥이 발아래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듯해 절로 소름이 돋으면서도, 국립공원을 오가며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2. 맥주 애호가라면 브루어리 탐방은 필수
로키마운틴 일대는 밀이 잘 자라는 토양이고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물맛이 좋다면 일단 물, 그 다음으로 맥주를 마셔 봐야 한다. 리노(RiNo, River North)라는 지역에 있는 다양한 브루어리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그레이트 디바인 브루어리(GREAT Devine Brewery)에 들르기로 결정. 1800년대 중반부터 양조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이 지역은 지금에 이르러 맥주의 수도, 맥주계의 나파 밸리(Napa Valley)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쿠어스도 이 지역에 브루어리를 갖추고 있다.
브루어리로 세계 맥주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에 혹해 방문을 결정한 그레이트 디바인 브루어리의 인기 메뉴는 딸기, 포도 등 과일과의 접목을 시도한 맥주로,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2차로 가 본 래이시오 비어웍스(Ratio Beerworks)는 밴드를 하다 만난 친구들이 오픈한 브루어리답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신을 잃을 정도의 크나큰 음악소리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정통 에일 맥주를 연구하는 이곳은 시민들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매주 수요일이면 공연이나 쇼,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3. 비스킷도 덴버에서는 요리가 된다!
스콘, 비스킷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덴버 비스킷 컴퍼니(Denver Biscuit Company)를 검색해 보시길. 리뷰를 보다 보면 드는 생각은 단 하나, 꼭 가 봐야겠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비스킷 팟 파이(Biscuit Pot Pie)와 더 프랭클린(The Franklin).
비스킷 팟 파이는 여러 채소와 그레이비 소스 속에 숨은 비스킷을 찾아 먹는 재미가 있다. 더 프랭클린은 치킨, 베이컨, 체다치즈, 소세지, 그레이비 소스가 들어간 비스킷 버거로 미국 본토의 풍미를 환상적으로 구현한다.
4. 빈티지한 독립서점에서 커피 마시기
태터드 커버 북스토어(Tattered Cover Book Store)는 1971년 문을 연 독립서점이다. 여러 지점이 있지만 이름 그대로 낡은, 그러니까 빈티지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시티 파크 지점이 어떨까 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2층 발코니 테이블.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수다를 떨다 문득 책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리를 옮긴다. 책마다 직원들이 손으로 쓴 추천사가 달려 있었다. 당장 읽지 못할 책이더라도 하나쯤 가져가 보기로 한다. 태터드만의 굿즈로 에코백과 티셔츠가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소품 모으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방문해 보시길.
5. 스냅 촬영에 적격인 로맨틱한 라리머 광장
짧은 영상이 트렌드를 이끄는 시대에 스냅 사진이라니, 철 지난 이야기 같지만 이곳 라리머 광장(Larimer Square)는 예외다. 머리 위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양 옆으로 다양한 로컬 브랜드 숍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밤이 되면 동화 속 낭만적인 장소로 변신하는 이곳에서는 연인, 허니문, 가족 여행 할 것 없이 스냅 사진 촬영은 필수 코스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매일 밤 라리머 광장(Larimer Square)은 옆에 있는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6. 인어와 함께 식사를
덴버의 아쿠아리움은 특별하다. 거대한 수족관 앞에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어, 기본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수족관 앞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다. 이곳의 또 다른 이벤트는 인어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때 레스토랑에 흐르는 배경 음악은 당연하다는 듯 <Under the Sea>다. 물속에서 아름답게 유영하는 인어 아가씨와 마주치면 관람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래저래 기나긴 대기 줄만 참을 수 있다면, 방문해도 좋을 곳이다.
7. 마일 하이 시티 덴버, 황금빛 돔에 올라 내려다보기
콜로라도주 의사당(The Colorado State Capitol)은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 의사당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건물이다. 돔의 정상은 1858년 콜로라도주 금광에서 발굴된 금으로 장식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 이 건물은 다운타운 시내를 걷다 보면 늘 눈에 띄는데 노란 황금 돔이 거리의 이정표 역할을 해 준다.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무료 가이드투어에 합류하여 콜로라도 주의 역사, 덴버 시티의 유래를 설명해 준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꼭대기 층의 전망대. 덴버 시티는 물론이고 저멀리 눈 덮인 로키산맥까지 한 눈에 바라다보인다.
이 건물 정면 계단의 13번째 계단은 덴버에서 해수면 기준 1마일의 높이가 되는 지점이라 많은 이들이 일부러 찾는다고 한다. 덴버는 마일 하이 시티(Mile High City)라고 불리는데, 공식 고도 1마일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덴버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숫자 5280도 1마일을 피트로 환산한 값이다.
8.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감상하기
도시 자체가 야외 박물관인 덴버는 어딜 가도 멋진 조각과 그라피티가 넘쳐난다. 현지인들의 깊이 있는 예술 감각이 느껴지는 다양한 테마. 거리를 걸을 때마다 새로 나타나는 조각이나 그라피티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9. 쿠어스 필드에서 야구 경기 관람하기
1993년 50,39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덴버에 문을 열었다. 1995년 창단한 미국의 프로야구팀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의 홈구장으로 콜로라도의 자랑, 쿠어스 맥주 본사가 오너십을 가지고 있다. 야구장 내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은 'The Rooftop'. 스탠딩 좌석이지만 누구나 입장 티켓만 있다면 선착순으로 들어갈 수 있고,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좋다. 프로야구 팬들이라면 전 메이저리거 김선우 선수가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2005년 9월 4일 홈구장 쿠어스 필드(Coors Field)에 선발 등판하여, 9이닝 101구,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둔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 덴버를 가장 편리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유나이티드 항공(UA)이 아닐지.
글·사진 | 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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