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없이 집을 사는 방법, '이것'만 있으면 됩니다

6·27 대출 규제, 서울 상급지 전세시장까지 번지다

2025년 6월 27일 시행된 초강력 대출 규제가 서울의 대표적 상급지인 서초구 전세시장에 거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를 통해 상급지 진입을 노리던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 강화로 분양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금을 낮추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분양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하려던 수분양자들은 대출 규제 이후 자금 조달에 막혀 전세가를 대폭 인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전셋값, 3개월 연속 하락세…강남3구 중 유일한 하락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2025년 3월 마지막 주부터 6월 말까지 약 3개월간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6월 마지막 주에는 -0.1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동구 등 동남권 전체에서 유일하게 전셋값이 내린 지역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규제와 더불어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서초구의 전세시장 분위기가 예년과 달리 냉랭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이플자이’ 전세가, 두 달 만에 4~5억 하락…신축 입주장 충격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는 반포·잠원권의 핵심 신축 단지로, 입주 초기부터 전세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전용 84㎡ 전세는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18억~19억원에 호가를 형성했으나, 대출 규제 이후 14억~15억원 선으로 4~5억원가량 급락했다. 전용 135㎡ 매물도 30억원에서 28억원으로 2억원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등, 대형 평형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으로 세입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집주인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전셋값을 대폭 낮춘 결과다.

신규 분양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예외…그러나 실거주 의무 변수

서초구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에 따라 신규 분양 아파트는 거래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분양계약자는 실입주하지 않고도 전세를 놓을 수 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된 상태라 향후 3년 이내에는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일부 집주인들은 단기적으로 전세를 놓고, 향후 실입주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출 규제 이후, 전세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풍경

6·27 대출 규제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임차인의 보증금이 집주인의 분양 또는 매매 잔금 납부에 사용되는 것을 전면 차단했다. 이에 따라 최근 체결되는 전세 계약에서는 임차인이 대출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전셋값을 1억원 이상 낮춰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임대인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추가로 인하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지 않는 전세 물건의 상당수는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내려는 목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출이 막혀 현금 부자만이 임대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공급 폭탄과 비수기, 서초구 전세시장에 복합 악재

서초구 전세시장은 대출 규제와 더불어 대규모 신축 입주 물량, 계절적 비수기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메이플자이’ 입주로만 1800건이 넘는 전세 매물이 시장에 풀렸고, 서초구 전체 전세매물도 5800건을 넘어 전년 대비 60%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인근 고가 아파트들도 전셋값이 한 달 만에 1억~1억5000만원씩 하락하는 등, 전세시장 전반에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2년간 서초구 일대에 1만1000여 가구가 추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셋값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권 전세가율 역대 최저…전세시장 구조 변화 예고

강남3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25년 5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초구의 전세가율은 45%대에서 44%대로, 강남구는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매매가가 오르는 반면 전세가는 하락해 나타난 결과로,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전세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전세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시장, 현금 부자 중심으로 재편…임차인·임대인 모두 ‘진입 장벽’

대출 규제 이후 전세시장은 현금 부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세입자는 대출 없이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임대인들은 전세가를 낮추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대출이 막혀 고가 전세에 진입하기 어려워졌고, 임대인 역시 잔금 마련이 쉽지 않아 매물 출회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강남권을 넘어 서울 전역, 수도권 신축 아파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