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8일 방북… 1박2일 국빈 방문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6. 6. 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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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北中 동맹 건재 과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작년 9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해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미·중, 중·러 정상회담을 잇달아 치른 시진핑이 곧바로 평양으로 향하는 것은 반미 연대를 공고히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 외교 무대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북·러 군사 밀착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흔들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중 동맹의 건재를 과시하는 이벤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시진핑 방문을 통해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사실상의 ‘승인’을 받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동시에 시진핑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고, 김정은 집권 이후 두 번째다. 북·중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9월 초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이날 시진핑의 방북에 대해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전용기 편으로 평양을 찾을 전망이다. 김정은은 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 나가 시진핑을 직접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시진핑 첫 방북 때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항에 나갔고,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때도 새벽 시간까지 기다려 공항에서 영접했다. 공항에서 중국 국가 연주, 예포 발사, 인민군 의장대 사열 등 영접 행사를 한 뒤 두 정상이 함께 차를 타고 평양 시내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北 새 핵시설 공개 다음날 “방북” 발표… ‘中 묵인’ 모양새

올해는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5주년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해 “피로 맺어진 북·중 전통 우의는 결코 퇴색하지 않으며 깨뜨릴 수도 없다”고 했다. 시진핑 방북은 이 같은 고위급 교류의 연장선에서 양국 관계를 정상 간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절차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등한 대국 관계’를 부각한 가운데 러시아에 이어 북한까지 끌어안으며 동북아의 ‘판’을 다시 짜는 성격이 강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깊어지고 중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대이자 대미·대일 견제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 의제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코로나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된 양국 교역을 대폭 확대하고,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완공된 뒤 사실상 방치돼 온 신압록강대교 개통도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중국이 관심을 두는 두만강 하류 수로 이용과 동해 진출, 북한 나선 경제특구 활용 방안 등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중러 공동성명에서는 “1991년 체결한 국경 동부 구간 협정에 따라 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出海)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북·미 대화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북·러 군사·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과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6자회담을 건너뛰고 김정은과 직접 만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핵심 당사국이라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도전받는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연대가 더 촘촘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은 지난달 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여기에 김정은까지 단기간에 만나는 것은 북·중·러 3각 연대를 제도권 정상외교의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행보로 해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한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지난해 9월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중 관계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고 했다.

◇핵보유, 4대세습 지지 확보?

북한 입장에서 시진핑의 방북은 외교 공간을 넓히는 계기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으로 안보 후원자를 확보한 데 이어 중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경제적 후원자까지 다시 끌어들이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포린폴리시(FP)는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큰 후원자이기 때문에 북한이 장기적으로 제재 완화나 제한적 개방을 모색하려면 결국 중국의 지원과 보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북한은 시진핑의 방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받는 효과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시진핑 방북 발표 바로 전날 김정은이 ‘새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중국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딸 주애도 동행했는데, 이번에 주애가 시진핑과 만나는 장면 등을 통해 ‘4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방북이 곧바로 북·중 관계의 전면 격상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군사·안보 밀착 관계를 구축한 만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유인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2018~2019년 다섯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측 관계가 오히려 악화된 전례가 있다”며 “번개가 치면 비가 내리듯, 실질적으로 주고받는 이득이 생겨야 관계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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