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정조준, 정무위 국감 미리보기

김다은 기자 2024. 10. 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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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무위가 주목된다. 티몬·위메프 사태부터 가계부채 급등, ‘관치금융’ 논란까지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 수두룩하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정무위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7월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가 닫혀 있다. ⓒ시사IN 박미소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월7일 시작된다. 여러 상임위 중에서도 티몬·위메프 사태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배달 수수료 인상 갈등, 가계부채 급등에 따른 금융 당국의 책임론 등이 다뤄질 정무위원회(정무위)가 주목된다.

정무위 국감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독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다.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관련 법률안이 총 19건 발의됐다. 제22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법률안이 6건 발의됐다(8월7일 기준). 플랫폼 업체 규제는 매번 정무위의 뜨거운 감자였던 셈이다. 특히 올해는 거래대금 지급불능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만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두 업체 모두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데다 검찰이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과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을 소환조사 중인 만큼, 국감장에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이커머스 플랫폼 관리를 소홀히 해 시장 감시에 실패한 금융 당국에 대한 질책이 강도 높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부터 티몬·위메프와 경영개선협약을 맺고 판매 정산을 위한 대금을 별도 관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무 상황에 위기 신호가 드러났음에도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큐텐의 티몬·위메프 인수 승인 과정에서 장기간 적자를 내왔던 두 업체의 결합으로 소비자와 판매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이 내재해 있는데도 시장 전반의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지 않고 인수를 승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대형 플랫폼 업체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당국의 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 현안질의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금감원장 발언을 보면 기업의 부실화에만 관심을 갖고, 이들의 경영 리스크에 의한 소비자 피해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있지만 사후적 분쟁조정을 하는 곳이고 예방적 기능을 하기 어렵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의 감독체계, 예컨대 ‘금융소비자원’ 같은 기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교란 행위 역시 정무위의 단골 이슈다. 배달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종전 대비 3%포인트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시장점유율이 96%가 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가 중개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입점 업주들과 협의를 하지 않는 것은 독과점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된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업계 1위로 시장지배력이 가장 높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료 배달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하면서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도 이들 배달 앱 본사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만큼 국감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한 질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7월7일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을 마친 배달라이더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쿠팡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한 사실을 두고 8월7일 공정위는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했다. 국내 유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매겨 소비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쿠팡과 쿠팡의 PB 전담 자회사인 CPLB는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OTT를 끼워팔고 쿠팡이츠 배달 수수료 비용을 업주와 가맹점에 전가했다는 의혹 등도 있다. 노동자 과로사 등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쿠팡CLS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과 홍용준 쿠팡CLS 대표가 올해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지 주목된다.

문제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반시장 경쟁 행위가 매년 국감장에서 거론되지만 마땅한 묘책이 없어 피해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이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한계가 있다며 재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개정안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하지 않고 법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공정위가 ‘사후 추정’해 법적 제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한 지배적사업자의 ‘사전 지정’이 이루어져야 이들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입점업체의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같은 독과점 남용 행위를 할 때 신속하게 법적 제재를 집행해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여당 측은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대형 플랫폼업체들의 정산 기한과 별도관리대금 비율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야 간 시각 차이가 국감장에서도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경쟁사의 판촉행사인 ‘뷰티 페스타’에 납품업체가 참여하지 못하게 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9억원을 부과받은 CJ올리브영, 입점 브랜드의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고 자사에 유리하게 가격 책정을 한 의혹으로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더본코리아)의 허위 과장광고로 피해를 봤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연돈불카츠, 가맹점주와 본부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점주들이 국회 간담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던 맘스터치·BHC·푸라닭·청년피자의 최고경영자들도 국감장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정무위는 9월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반 증인을 채택한다.

엇박자 신호 낸 가계부채 대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오락가락’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은 투입하지 않고 경기부양책을 쓰려다 보니 금융 당국을 압박해서 은행에서 부동산상품과 고강도 대출규제를 내놓도록 양방향으로 압박했다”라며 가계부채 대책에 엇박자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한쪽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같은 정책금융 상품의 빗장을 풀도록 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등 제각각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적 혼선 아래,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달성하는 등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8월 중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8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7월(15조2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에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8월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당국은 당초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갑자기 9월로 연기해 가계대출 확대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는 발언을 해 ‘관치금융’ 논란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발언 이후 3주 만인 9월10일, 이 원장은 ‘대출 규제 발언’을 사과했지만 정부의 정책을 ‘시그널’로 이해하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켰다는 책임론이 이번 국감장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7월30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가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시사IN 신선영

반복된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 내부통제 부실 역시 국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117억원 규모의 횡령이 드러나는 등 올해만 네 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 문제가 터져 비판받았다. 2020년 4월부터 4년간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20개 법인 등이 총 42건에 걸쳐 616억원 규모로 대출을 받았는데, 금감원은 이 중 350억원을 부당 대출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우리은행은 6월에도 약 100억원 규모의 횡령이 적발됐다.

대규모 금융기관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금융 당국의 더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월19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도 ‘금융기관 내부통제 제도’를 정무위 국감 이슈로 꼽았다. 보고서는 내부통제 기준 위반 시 현행 1억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금액을 인상하거나 인적 제재 대상의 범위 조정, 인적 제재에서 금전 제재로 변환하는 방안 검토,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잘 준수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 등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 개선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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