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원전 갑을관계"... 트럼프, "한국이 미국에 원전 지어달라" 제안

한때 미국이 원전 기술의 종주국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찬 원전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의 우수한 건설 능력에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40년 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멈춰선 미국의 원전 건설이 한국의 기술력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번 협력이 성사된다면 한국 원전 산업에는 전례 없는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의 야심찬 원전 확대 계획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 약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1GW 기준으로 약 30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죠. 당장 2030년까지만 해도 10기의 원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전례 없는 대규모 물량이라며 실현 과정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화석연료 경제 부활과 함께 원전을 미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거대한 계획을 실행할 역량이 미국 내에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무너진 미국의 원전 공급망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원천 기술의 강국인 미국이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배경에는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있습니다.

이 사고 이후 미국은 신규 원전 건설 인허가를 장기간 중단했고, 그 결과 자국 내 원전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되었습니다.

미국 스리마을 원전 사고

설계 기술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원전을 짓는 시공 능력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된 것입니다.

이는 마치 조선업에서 미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과 유사하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처럼, 원전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한국에 보내는 러브콜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한미 에너지 당국 접촉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한국 측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 측은 "한국이 제3국 시장보다 원전 확충 문제 해결이 시급한 미국에 와서 원전을 지어주기를 희망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해집니다.

고리 원전

이런 요청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지난 1월 한미 기업 간 지재권 분쟁이 해소되고, 양국 정부 간에도 철저한 수출 통제 원칙 준수를 바탕으로 원전 협력 공감대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하기로 하면서 민관이 함께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작 추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국 등 주요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유럽 시장에서 계속 힘을 쓸 것인지, 아니면 미국 시장을 겨냥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양사는 출자 규모와 비율, 사업 대상 등을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타결 임박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양사 간 지재권 분쟁 해소 합의문이 알려지면서 한수원과 한전이 유럽연합(EU) 등지 진출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확인되어 '불공정 논란'이 일기도 했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제약이 각자 단독 수주를 추진하는 상황에만 해당하고, 합작을 통한 공동 사업에는 수주 지역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드림 솔루션인가, 제2의 굴욕인가


원전 업계에서는 합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한국이 시도조차 못했던 미국 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다면,

건설과 기자재 등 한국 원전 기업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단가도 가장 높고, 제3국 수출을 위해 승인을 얻을 필요도 없어 진출하기만 하면 우리 원전 산업에 드림 솔루션"이라며,

"미국 시장이 열리기만 한다면 EDF와 싸워가며 유럽에 갈 이유조차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한 우회 진출이 성사되더라도 지분 비율 등에서 주도권을 웨스팅하우스에 내어준다면 '제2의 굴욕 협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현재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사업 주도권 등 세부 내역에서 아직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거대 시장 진출 기회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분 비율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까


오는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도 원전 협력 방안이 의제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국은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한국이 원전 분야를 포함해 2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지원 패키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전력 산업 협력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전 협력을 구체화하자는 논의가 오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대통령 방미를 앞둔 23일 출국을 예정하고 있고, 한국전력 김동철 사장도 21일 출국해 웨스팅하우스 고위 관계자와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 논의는 기업 간 논의로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로 이어질 만한 내용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측의 관심사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논의 주제가 있어 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때 미국이 원전 기술을 전수해주던 관계에서, 이제는 한국이 미국에 원전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는 상황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번 협력이 한국 원전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