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is]⑤ 8조 실탄 정의선 '미완의 승계' 해결 시나리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0년 취임한 이후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오너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그룹 내 경영 리더십은 확고하지만 지분 구조상으로는 취약한 모습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보유 지분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미완의 승계'를 해결해야 하는 가운데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계열사 지분 가치 '8.3조' 승계 여력 확보

/그림=공정위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기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1998년 현대차가 기아의 지분을 매입하고 이듬해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매입하며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7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더는 미루면 안 된다고 발언했으며 2018년 추진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정 회장의 부족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지배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3%에 불과하며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기아의 순환출자 고리를 더해 안정적 지분율인 30%대를 지키고 있다.

공정위의 압박과 함께 상법 개정 등으로 지배구조 재편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주가 기준 정 회장이 보유한 6개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약 8조3284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글로비스 1499만9982주(3조8700억원)를 비롯해 현대차 559만8478주(2조3542억원), 기아 706만1331주(1조811억원), 현대오토에버 201만주(9608억원), 현대위아 53만1095주(475억원), 이노션 80만주(148억원) 등이다.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1642만7074주(지분율 17.90%)의 가치는 약 7조2115억원으로 정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순환출자 해소·지배력 강화 합병 시나리오는

경쟁사인 도요타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도요타그룹은 일본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과 오너일가의 승계라는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있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할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오너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이 약 7.7%에 불과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8년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합병 시도에서 지배구조의 정점이 현대모비스로 확인된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DS투자증권

DS투자증권이 제시한 합병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에 매각하는 것이다. 정 회장이 사재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익편취 규제로 인해 오너의 최대 지분율이 20%로 제한되기 때문에 추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는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이다. 정 회장과 기아, 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신설 모비스 지분을 존속 모비스가 매입한다. 이후 정 회장이 각 계열사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을 매입한다. 이 시나리오는 그룹의 순환출자가 해소되며 정 회장은 그룹 최상단의 존속 모비스 지분을 31.6% 보유하게 된다.

정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 매입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상장할 경우 수조원대의 유동성이 추가되는 만큼 지배구조 재편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나리오가 성공한다면 정 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 체제는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확보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해 법적 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낮다.

DS투자증권은 "정 회장은 승계 추진에 충분한 여력을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정 회장이 매각할 신설 모비스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승계 추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영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