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좋고 배우도 너무 예쁜데...너무 불쾌해서 잊혀진 한국 드라마

단순한 19금 스릴러가 아니다… 넷플릭스 '썸바디'가 사람을 집어삼키는 방식

'썸바디'를 수위 조절에 실패한 자극적 스릴러로만 치부하기엔 작품이 남기는 불쾌한 잔상이 꽤 짙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다운 자극적 표현과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지만, 정작 위협적인 대목은 장면의 수위가 아닌 인물들이 서로를 욕망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소셜 커넥팅 앱으로 낯선 이와 만나는 현대적 일상을 범죄의 입구로 탈바꿈시키며, 친밀함과 위험이 한 화면에 교차할 수 있음을 집요하게 짚어낸다.

이야기 중심에는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천재 개발자 섬이 있다. 사람들을 잇고자 만든 앱 '썸바디'가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과 얽히고, 그 한가운데 매력적인 건축가 성윤오가 서 있다.

성윤오는 앱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위험한 인물이지만, 작품은 그의 정체를 숨기며 범인을 추적하는 쾌감에 집중하지 않는다. 도리어 살인마의 정체보다 그를 알아본 사람이 왜 달아나지 않는가에 질문을 던진다.

이 지점이 '썸바디'를 전형적인 수사극과 차별화하는 핵심이다. 섬은 성윤오가 평범치 않음을 눈치채면서도 공포나 거부감만 느끼지는 않는다. 자신과 닮은 내면의 균열을 발견한 듯 다가가고, 두 사람 사이에 이끌림과 경계심이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시청자 역시 범인을 추적하는 안전한 관찰자에 머무르지 못한다. 위험을 알면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섬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해와 동조, 호기심과 혐오 사이를 불편하게 넘나들게 된다.

정지우 감독은 사건을 가파르게 전개하기보다 색감과 공간, 침묵과 표정을 활용해 차분히 불안을 쌓아 올린다. 살인 사건 자체보다 인물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기류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그리하여 '썸바디'의 몰입감은 빠른 전개보다 분위기가 주는 압박감에서 나온다. 단서를 찾기 위해 다음 화를 재생하기보다, 다음 만남에서 관계가 얼마나 더 위태롭게 변할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배우 김영광의 연기 변신은 이러한 긴장을 또렷한 얼굴로 완성한다. 성윤오는 매혹적이고 친절한 태도 뒤에 기괴한 잔혹함을 숨긴 인물이다.

김영광은 미소가 서늘한 무표정으로 굳어지는 미세한 순간에도 뚜렷한 온도 차를 만들어내며, 훤칠한 체구와 차가운 눈빛을 선명한 위협으로 탈바꿈시킨다.

그간 보여준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에 익숙했던 이들일수록 이 변화는 더 커다란 낯섦으로 다가온다. 광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집요하게 유지하는 연기다.

물론 높은 자극 수위가 곧장 서사의 깊이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잔혹한 범죄와 불편한 관계, 노골적인 묘사는 인물의 외로움과 욕망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지만, 일부 시청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인물의 심리를 친절히 짚어주지 않는 연출 역시 기묘한 여백이 될 수도, 매끄럽지 못한 불친절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수위 조절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극이 주제의의를 집어삼키는 순간, 작품이 의도한 불편함은 감상적 긴장이 아닌 피로감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썸바디'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안도감을 안기는 평범한 작품이 아니다. 데이팅 앱이라는 일상적 매개체에 연쇄살인과 외로움, 욕망을 엮어내며 단정할 수 없는 기묘한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가볍게 볼 만한 추천작과는 거리가 먼 데다 잔혹함에 민감한 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뻔한 추리나 권선징악을 벗어난 색다른 심리 스릴러를 원한다면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극심한 호불호를 감수하고 자신만의 음울한 색채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성취와 한계는 정확히 같은 지점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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