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만에 찾은 이름”…코발트광산을 가다
[KBS 제주] [앵커]
제주 4·3이 78주년을 맞았지만 이름도 못 찾은 희생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다행히 올해 초, 4·3 당시 행방불명됐던 희생자 7명의 신원이 새로 확인됐는데요,
이 가운데 2명은 경북에 있는 폐코발트광산에서 유해로 발굴됐습니다.
채승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광역시 인근 경산시의 인적 드문 야산입니다.
정상부로 올라가자 철조망으로 출입을 통제한 곳이 나옵니다.
바닥에는 깊이가 가늠이 안 되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일제 시대 코발트를 캐던 광산의 수직 갱도입니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동굴처럼 생긴 수평 갱도를 따라 백 미터 정도를 들어가면 웅덩이가 나옵니다.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4·3 수형인 등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입니다.
당시 군경은 광산 외부 수직갱도에서 희생자들을 밀어 넣어 집단 학살한 것으로 진화위 보고서에 기록됐습니다.
이곳에서 무참히 희생된 사람만 3천5백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습된 유해는 5백여 구에 불과한데 올해 초 4·3 희생자, 고 송두선 씨와 임태훈 씨 등 2명의 신원이 70여 년 만에 확인됐습니다.
모두 대구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였습니다.
4·3 당시 대구형무소로 끌려간 희생자는 140여 명으로 유해 발굴 사업이 계속 진행돼야 한 사람의 신원이라도 더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는 중단됐습니다.
[이창희/경산 코발트광산민간인희생자유족회 상임이사 : "우리가 살아있을 때 부모님 유골을 밖으로 모시려고 하는데 가슴이 아프죠."]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조사와 발굴이 이뤄졌지만 2기 진화위 활동 종료와 함께 추가 발굴은 중단됐고, 최근에야 3기 진화위가 출범하면서 4차 발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나정태/경산코발트광산민간인희생자유족회 이사장 : "이념 갈등을 버리고 유족 명예 회복해주고 76년간 한이 맺히는 아버지 뼛조각 한번 만져보고 가는 게 유족들의 한 아니겠습니까? (진화위) 3기에는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대구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가창댐입니다.
평범한 수변공원처럼 보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최대 만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학살터입니다.
2023년 국가 차원의 유해 발굴 조사가 시작됐지만 가창댐 건설로 인한 수몰 등으로 지금까지 단 한 구의 유해도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채영희/10월항쟁시민연대 공동대표 : "국가폭력에 돌아가신 사람들을 어떻게 시한을 두고 신고하고, 정권이 바뀌면 문을 닫고 이럽니까? 그래선 안 되고 영원히 억울한 사람이 정말 한 사람도 없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70여 년 전 제주에서 끌려간 청년들이 왜 경북의 폐광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관통하는 아픔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KBS 뉴스 채승민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채승민 기자 (smcha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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