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뢰밭에서 시작된 우정 — 절대 만나면 안 되는 두 남자가 형제가 됐다

남한 병사 이수혁(이병헌)이 야간 순찰 도중 지뢰밭에 발이 묶이는 사고가 벌어진다. 이 위기에서 그를 구해준 것은 총을 겨눠야 할 적,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였다. 그 한 번의 구조가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후 이수혁은 밤마다 몰래 다리를 건너 북측 초소를 드나들기 시작하고, 오경필 중사와 그의 동료 정우진(신하균)과는 과자를 나눠 먹고, 카세트테이프를 교환하며 남이 알면 안 되는 우정을 쌓아간다. 분단선이라는 현실보다 사람 사이의 감정이 먼저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하고 잔인하게 증명한다.
🔴 총성 이후 — 누가 먼저 쏘았는가, 진실은 모두 다른 말을 한다

어느 날 밤 북측 초소에서 총성이 울리고 북한군 두 명이 사망한다. 남측 이수혁 병장은 부상을 입고 도주하다 발견된다. 남한은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북한은 테러 공격이라고 맞선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도 선뜻 말하지 않는다. 중립국 감독위원회 스위스 장교 소피 소령(이영애)이 수사관으로 투입되고, 그녀는 남과 북 각각의 진술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나씩 확인해 간다. 미스터리 구조를 통해 관객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조각조각 맞춰가는 방식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흡인력이다.
🔴 이병헌의 도약, 송강호의 완성 — 한국 영화사 최강 앙상블

이 영화 이전 이병헌은 드라마 스타였다. '베스트극장'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고, 세 편의 출연작은 흥행에서 번번이 쓴맛을 봤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뒤집었다. 이병헌은 죄책감과 혼란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이수혁 역으로 비로소 '영화 배우'의 자리를 꿰찼다. 송강호는 탈북민들이 보고 "놀랍도록 완벽하다"고 평가할 만큼 정확한 평양 말씨와 북한 군인 특유의 태도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시사회장에서 이 영화를 본 최민식이 송강호에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봐도 좋다"고 했다는 일화는 그 연기의 수준을 방증한다.
🔴 9주 연속 1위·583만 관객 — 두 편의 역대 흥행 기록이 충돌했다

2000년 9월 9일 전국 110개관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쉬리'가 세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기록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9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서울 관객 251만 명을 모았고, 전국 관객 583만 명 돌파를 선언하자 쉬리 제작사가 즉각 반박에 나서며 두 편의 '흥행 1위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다. 이 논란은 결국 '친구'가 두 영화의 기록을 모두 압살하며 흐지부지됐지만, 어느 쪽이 됐든 당시 이 영화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강렬한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대종상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았다.
🔴 박찬욱이 '올드보이'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영화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이 작품 이전 두 편의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했다. 이 영화가 없었다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삼부작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제5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세계 영화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 영화의 수익이 이후 작품들의 창작 자금이 됐다. 제작비 40억 원이 투입된 당시 기준 한국형 블록버스터였으며, 2025년에는 CJ ENM 창립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작품으로 선정되어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송강호·이영애·신하균·김태우가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 상영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송강호·이영애·신하균 주연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CJ EN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