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날씨는 유독 낯설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가 하루 만에 영상 10도를 훌쩍 넘는다. 일교차가 아닌 ‘하루 기온 자체’가 널을 뛴다. 중국 동부에선 하루 만에 22.9도가 떨어졌고, 미국 서부에선 같은 해 20도가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한 일일온도변화’라고 부른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상이변이다.
예측 불가능한 이런 날씨 앞에서, 7년 전 만들어진 한 영화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기후 통제를 명분 삼아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인공위성 시스템을 다룬 재난 영화 ‘지오스톰’이다.
이 작품은 2017년 10월 19일 개봉한 SF 액션영화로, 딘 데블린이 연출했고 제라드 버틀러·짐 스터게스·애비 코니쉬가 주연을 맡았다. 에드 해리스, 앤디 가르시아, 탈리타 베이트먼, 로버트 시한, 메어 위닝햄이 조연으로 참여했으며, 실관람객 평점은 8.11을 기록했다. 국내 누적 관객수는 1,028,386명으로 집계됐고, 러닝타임은 109분이다.
기후를 다스리던 기술, 이제는 통제 불능

영화 속 배경은 기후 재앙이 일상화된 근미래다. 인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전 세계 기후를 제어하는 위성 시스템 ‘더치보이 프로젝트’를 만든다. 폭풍, 가뭄, 홍수, 한파를 인공위성이 제어하며 날씨를 안정시키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는 형 제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손에서 완성됐지만, 동생 맥스(짐 스터지스)의 결정으로 해고당하며 형제는 갈라선다.
그로부터 3년 후, 우주정거장에서 이 시스템을 운영하던 기술자가 갑자기 사망한다. 단순 사고인지, 인위적인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설명되지 않는 기상이변이 연달아 터진다.
사막의 마을이 얼어붙고, 무더운 리우는 순식간에 얼음 지옥으로 변한다. 모스크바에는 고온 열풍이 덮치고, 두바이엔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휩쓴다. 일본엔 자동차보다 큰 우박이 떨어지고, 인도는 끝없는 폭풍에 갇힌다.
맥스는 이 사태의 단서를 쫓고, 제이크는 우주정거장으로 복귀해 다시 시스템을 살피기 시작한다.
영화 속 재난 장면은 실감 나는 화면 구성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단순한 CG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처럼 묘사되며, 보는 내내 압도적인 감각을 남긴다.
사막 도시 두바이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아치고, 열대 지역 리우에 한파가 들이닥치며, 모스크바에는 뜨거운 열기가 퍼진다. 뭄바이에서는 토네이도가 도시를 휘감고, 홍콩에서는 용암이 폭발하듯 지면을 가른다. 영화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자연 재난을 거대한 규모로 펼쳐 보이며, 가까운 미래의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군가 인공위성을 조작하고 있었다

문제의 시작은 ‘제우스’라 불리는 바이러스였다. 이는 단순한 악성코드가 아니라, 기후를 무기로 삼기 위해 준비된 치밀한 설계였다. 대통령까지 위협하는 거대한 음모 속에, 결국 형제는 암호를 통해 진실을 공유한다.
가장 충격적인 건 이 모든 계획의 배후에 있었던 인물이다. 국무장관 데컴(에드 해리스). 대통령조차 제거하고, 전 세계의 기후 통제권을 독점하려던 그는 시스템을 군사무기로 바꾸려 했다. ‘기후 지배’를 통해 과거 미국의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야망이었다.
기후 무기로 공격이 시작되자 각 도시는 속수무책이었다. 리우에 한파가 몰아치고, 홍콩에선 지하 가스관이 터지며 도로가 갈라진다. 홍콩에 있던 과학자 쳉 롱(대니얼 우)은 핵심 단서를 쥐고 미국으로 향했지만, 맥스를 만나기 직전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남긴 말은 하나, “제우스”.
형제는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 복구를 시도하고, 자폭 프로그램이 실행된 우주정거장에서 제이크는 목숨을 건 결단을 내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다

영화 ‘지오스톰’은 블록버스터 형식의 재난 영화다. 하지만 오늘날 뉴스에 나오는 실제 기상이변을 보면, 영화의 장면들이 더는 허구로만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와 캐나다의 여름 기온은 50도에 육박하고, 호주는 수개월에 걸친 산불로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 유럽은 한파와 폭우가 동시에 밀려왔고, 중국 일부 지역은 비로 인해 도로 전체가 꺼졌다.
하루에 20도 넘게 기온이 바뀌는 날씨는 이제 ‘극한 일일온도변화’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다. 예측조차 어려운 이 급변 기온은 면역력을 무너뜨리고 사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극 중에서 기후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무기가 되었듯, 지금 우리가 마주한 날씨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폭주할지 예측할 수 없다.
기후를 다스린다고 착각한 인간에게 닥친 파국

제이크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지구를 공격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괴로워한다. 자식처럼 설계한 프로젝트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무기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상이변 역시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영화처럼 누군가 위성을 조작하진 않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변화가 거대한 재앙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눈이 와야 할 겨울에 폭우가 내리고, 영상 10도에서 하루 만에 영하 15도로 급락하는 기온. 이를 막을 기술이 존재해도, 영화는 묻는다. 그 기술을 믿을 수 있냐고.
그리고 한 번 더 묻는다. 이건 단지 경고일 뿐일까, 아니면 시작된 걸까. (사진=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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