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책 ‘완판’...창고 재고 꺼내고, 인쇄소 ‘풀 가동’
“한강 저자 국내도서는 일시품절이며 ‘여수의 사랑’만 판매 중.”
11일 밤 9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이런 안내판이 세워졌다. 폐점을 30분 앞둔 시각. 한강 작품을 올려놓은 특별 진열대에 쌓인 ‘여수의 사랑’을 시민들이 쓸어 담고 있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윤모씨는 “희귀본이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야근하다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했다. ‘여수의 사랑’ 외에는 ‘희랍어 시간’ ‘채식주의자’ ‘흰’ 등 영어 번역본만 남아있었다.
이 판본은 문학과지성사(문지)에서 나온 ‘소설 명작선’ 시리즈. 최근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되지 않았던 2017년 판 절판본이다. 문지에서 한강 시리즈의 일환으로 2018년 이 책 개정판을 내면서 구판은 서점과 출판사 창고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하얀 표지 가장자리가 살짝 누런빛을 띄었다. 묵은 세월의 흔적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주간은 “교보문고가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다수고 출판사 재고가 일부 추가됐다”며 “교보문고 측에서 ‘한강 선생님 책 뭐든지 좋으니 재고가 있으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했다.
개정판에는 실리지 않고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찍은 초판본에만 있었던 김병익 문학평론가의 해설 ‘희망없는 세상을 고아처럼’이 실려 있다. ‘한강은 우리 문단에서 가장 어린, 그러니까 이른바 ‘신세대’에 속할 이십 대 중반이다. 나이는 그렇지만, 그러나 ‘여수의 사랑’에 묶이는 그의 작품들은 전혀 ‘신세대적’이지 않다….’ 데뷔 후 초창기부터 묵직한 작품을 써낸 한강을 추켜세운 것이다.
‘완판’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책 판매량이 하루 만에 30만부를 훌쩍 넘기면서 ‘한강 책 품귀 현상’을 넘어 ‘재고 완전 소진’ 상태다.
문학동네, 창비, 문지 등 한강 책을 다수 펴낸 출판사들은 중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현자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오늘 인쇄공장 세 곳에서 ‘희랍어 시간’ ‘흰’ ‘작별하지 않는다’를 찍고 있다”고 했다. 문지는 시집을 포함한 6종 도서를 주말 내내 찍는다. 이근혜 문지 주간은 “오는 목요일 출간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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