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300%를 웃돌며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반 년 전까지만 해도 200%를 밑돌았지만, 과도한 빚에 시달리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피할 수 없는 청구서를 받은 모양새다.
이로 인해 이자 출혈이 커지면서 매출을 대폭 늘리고도 순이익은 역성장하는 악순환에 직면한 대한항공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328.0%에 달했다. 상반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중 일곱 번째로 높은 값으로 이들 기업의 평균인 113.6% 대비 2.9배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보유 자본에 비해 부채가 많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해당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의 3배를 웃돈다는 얘기다.
조금만 시간을 돌려봐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99.2%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부채비율은 6개월 만에 128.8p 급등한 셈이다. 이 기간 부채가 36조1979억원으로 71.2%나 늘었지만 자본은 11조372억원으로 4.0%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자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지분 63.9%를 취득하기 위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마무리하고, 자회사 편입을 매듭지었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 지 4년1개월 만이자, 2019년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 5년8개월 만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빚이었다. 올 1분기 말 12조64억원에 달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대한항공의 재무제표에 더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053.7%에 이른다.
그래도 믿을 구석은 항공업의 사업적 강점인 현금흐름이었다. 부채가 많음에도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며 대한항공이 덩치를 키운 이유였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조5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확대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의 본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다. 이것이 플러스라는 것은 주업에서 판매가 잘될수록 더 많은 현금이 남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대규모 빚에 따른 압박은 실적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매출은 눈에 띄게 불어났지만 순이익은 고꾸라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올 1분기 매출은 6조4919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전인 전년동기 대비 51.3%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당기순이익은 3499억원으로 같은 기간 13.9% 감소했다.
발목을 잡은 주요인 중 하나는 이자비용이다. 조사 기간 대한항공의 금융비용은 2949억원으로 110.3% 급증했다. 이 중 이자로 낸 돈만 2111억원으로 56.4%나 늘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는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은 판관비와 금융원가 등 비용관리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대한항공의 경우 부채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빅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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