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용주의 사업재편] '방산' 떼는 현대위아, 군살 덜어낸 까닭은

현대차그룹 내 산재한 중복·비주력 사업들의 통폐합 시나리오를 점검합니다.

현대로템 K808. /사진 제공=현대로템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간 사업 구조 재편이 '실용주의' 기조 아래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위아는 모태인 특수(방산) 부문을 현대로템에 양도하는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알짜 사업이지만 현대로템의 지상 무기 체계 수직계열화 완성과 현대위아의 미래 모빌리티·스마트 제조 집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결정이다.

각 계열사에 흩어진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경영 효율화 차원의 스몰딜(Small Deal) 성격으로 분석된다.

방산 수직계열화 완성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특수사업 부문을 현대로템에 양도하기 위한 실무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 7월 완료된 3400억원 규모의 공작기계사업 매각에 이은 두 번째 사업 구조 개편으로 이르면 연내 관련 작업을 모두 매듭지을 예정이다.

방산 부문은 1976년 현대위아(옛 기아정공) 창립과 궤를 같이해 온 상징적인 모태 사업이다. 대구경 화포 생산을 주축으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K-방산'의 글로벌 진출 호조 속에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연달아 굵직한 수출 실적을 쌓으면서, 핵심 무장을 공급하는 방산 부문은 손꼽히는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현대위아가 방산 부문을 현대로템에 양도하는 이유는 현대로템의 방산 기술과 인프라를 고려한 결정이다. 현대로템은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등 주요 수요처와 탄탄한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지상 무기 체계종합업체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상태다. 여기에 현대위아의 핵심 제조 기술을 내재화할 경우 무기 체계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제고는 물론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납기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대로템은 지상 무기 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위아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반 기동형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해군 함정용 76mm 및 5인치 함포,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안티드론 시스템(ADS) 등의 첨단 설계·제조 기술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다. 기존 확고한 영업 인프라에 다각화된 무기 체계를 더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현대위아는 비핵심 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모빌리티 부품과 스마트 제조물류 솔루션사업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공작기계사업 매각 대금 3400억원에 향후 방산 부문 매각 대금이 더해질 경우 신사업 투자를 위한 대규모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확보된 자금은 자율이동로봇(AMR)과 무인운반차(AGV), 주차 로봇, 무인 청소차 등을 포괄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 확장에 우선 활용된다.

또한 전기차용 통합 열관리 시스템(TMS), 냉각수 분배·공급 통합 모듈, 전동화 액슬(e-TVTC) 등 미래 자동차 핵심 부품의 연구개발(R&D) 및 양산에도 투입된다. 기존의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자본과 연구 역량을 미래 주력 사업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수순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현대위아 방산 부문 인력의 고용 불안 문제는 이번 사업 양수도의 실무 과제다. 현대위아 내 방산 부문이 비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현대로템으로의 인력 승계 및 직무 재배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이견 조율이 요구된다. 다만 현대로템이 방산 사업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인력 흡수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용주의적 스몰딜 평가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간의 거래를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스몰딜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동원되거나 오너 일가의 지분율 등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실행 가능한 비주력 사업 매각과 계열사 간 중복 영역을 통합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거래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핵심 신사업 집중을 통해 현대위아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게 되면 이는 향후 전개될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유리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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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기준 현대위아의 지분 구조를 보면 현대차(25.35%)와 기아(13.44%)가 주요 법인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개인이 직접 보유한 1.95% 지분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정 회장의 직접적인 지분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현대위아의 가치 제고는 향후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간 사업 조정 선례를 바탕으로 향후 주요 계열사 간 핵심 사업을 재조정하는 재편 빅딜(Big Deal)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 재편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대위아와 현대로템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며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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