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에 李대통령, 한경협 회장이 “플레이 볼”… 워싱턴 야구장서 벌어진 일
한경협·CJ 등 의회 야구 경기 후원
경기 내내 전광판·로고 등 노출
“美 공급망 강화, 일자리 창출 기여”

10일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 야구장. 워싱턴 DC를 연고로 하는 메이저리그(MLB) 내셔널스의 홈 구장인 이곳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결하는 연례 의회 자선 야구 경기가 열렸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렸지만 경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직전 하늘이 개어 무지개까지 뜬 모습이었다. 1909년 시작된 이 행사는 1년에 한 번 경기를 열어 입장권 판매 수익과 모금액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다. 관중석에 내셔널스의 올 시즌 평균 관중(약 2만2000명)보다 많은 3만2000명이 들어선 가운데, 이날 경기는 후원기관으로 나선 한국경제인협회(FKI) 류진 회장의 “플레이 볼” 개시 선언으로 시작됐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는 워싱턴 DC에서 정치인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도 선수 명단에 이름이 오른 양당 상·하원 의원을 비롯해 연방 의전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여성 최초로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실력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등이 얼굴을 비쳤다. 이런 이유로 경기장 안팎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각 의원과 의회 관계자들에 줄을 대려는 주요 기업, 로펌, 이익 단체, 협회, 대학, 싱크탱크 등이 차린 부스로 장사진을 이뤘다. GM,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비자,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은 기념품을 깔아 놓고 ‘호객’을 하고 있었고 리플 같은 암호 화폐 업체는 특정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도 오랜 기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대형 로펌인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은 아예 경기장 앞 맥주집을 통으로 전세를 냈다.

이런 아웃리치 노력은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한경협은 올해 미 건국 250주년을 맞아 홍보 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경기장 초입에 “미국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현수막을 내건 부스를 차려 경기를 보러온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 회사들이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삼성, SK, 현대차, 한화, LG, GS,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내역을 뺴곡하게 망라한 지도를 게시했다. 경기 중간 중간 대형 전광판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회담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37조원) 투자를 약정했고, ‘미국이 한국에 전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기업 정신이 한국의 경제 성장과 글로벌 기업 탄생의 토대가 됐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날 개시 선언을 한 류 회장은 재계에서 대미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보수 진영 정치 명문인 부시 일가와 오랜 기간 교유했고 트럼프 측근인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등과 가까운 편이다. 미 정가에선 ‘로이(Roy)’란 영어 이름이 더 친숙하다. 풍산은 아이오와주(州)에서 대형 압연 공장을 40년 가까이 운영해 왔다. 한경협 외 CJ 역시 올해 3년째 후원 기관으로 참여했는데, 경기 내내 전광판에 영상·로고 등이 노출됐다. CJ가 한국 기업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은 약 1만4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특정 주에 투자가 집중돼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30여개 주에 걸쳐 식품·바이오·물류·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고루 퍼져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지난 5월에는 올리브영이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1호 매장을 개설했는데, 첫날부터 ‘오픈 런’으로 만원을 이루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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