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들 근무시간에 ‘열공모드’… 세종교육청 역량평가제 역효과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충청투데이 DB.

세종시교육청의 ‘지방공무원 인사제도’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행정직 공무원의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5급 사무관 승진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인사권자 개인 친분에서 비롯되는 ‘정실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역량평가제’가 근무태만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중이다.

지금도 사무관 승진을 노리는 일부 6급 고참의 테이블에는 업무서류가 아닌 시험준비 책자가 번듯이 놓여 있다.

근무 시간 중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인터넷 강의 음성이 흐른다.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5급 사무관 승진 제도는 ‘근무평가 40%+역량 평가 시험 60%(실적·기획보고서·면접)’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인사제도는 근무평가 외에 기획능력과 면접을 통해 사무관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세종교육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취지는 어긋났다. 현행 세종시교육청의 사무관 인사제도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 시험만을 위한 시험 공부는 세종교육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으며, 공직자의 근무태만을 부르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사무관 승진을 눈앞에 둔 일부 6급 고참들은 업무 중에도 시험 준비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선배들 본인도 그러했기 때문에 이 모습을 묵인하는 분위기"라며 "상위권에 안착한 공직자들은 업무를 소홀히 하는게 다반사다. 후배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무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개인비용 지출도 문제다. 시험 준비를 위한 인터넷 강의 비용은 연간 600만 원에 달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시험 항목에 포함된 기획보고서 등은 막상 사무관이 되면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가 된다"며 "사무관 승진 시험 준비과정에서 취득한 각종 지식은 세종교육 발전이 아닌 사무관 자리를 꿰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타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다르다. 세종시청은 100% 근무평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역시 100% 근무평가(역량평가결과 하위 30% 해당자만 배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근무평가와 시험제도 비율을 놓고 무엇이 맞다 틀리다 정의할 수 없지만, 시대적 흐름은 근무태만을 부르는 시험제도를 없애는 분위기"라며 "근무평가 100%는 정실주의를 부르는 우려는 있지만, 오히려 해당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려는 장점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고액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준비하는 기획보고서 등의 과정을 사무관 승진 과정이 아닌, 하위직 공직자의 성장과정에 적용하는게 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청에서 공직자 역량강화를 위해 진행하는 각종 연수에 녹아들게 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라는 주장이다.세종시교육청은 현재 인사제도 개선 관련 TF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교육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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