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신청하자 "나가라"···'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앵커▶
2025년 2월부터 배우자가 아이를 낳으면 낼 수 있는 출산휴가가 두 배로 늘어나는 등 노동자를 위한 법이 강화됩니다.

그런데,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대부분은 출산휴가라는 용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현실입니다.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을 변예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직원과 사장을 포함한 5인 미만인 대구의 한 떡집입니다.

지난 2월부터 이 떡집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은 아내의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사장에게 출산휴가를 신청했습니다.

배우자의 출산휴가는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10일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처음에는 사장이 (출산휴가 신청을) 거절했습니다. 거절을 한 이후에 다툼이 생겼고 이후에는 사장이 그러면 5일만 주겠다고 해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는데···"

돌아온 건 '권고사직'이라는 문자 한 통.

문자에는 사장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남성은 고용노동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출산 일주일 전에 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출산휴가가 시작되지 않아서 처벌하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지금은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해고가 자유로운 상황이라서 여기에 대해서 처벌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했지만 9월 임금과 주겠다던 해고 예고 수당도 감감무소식입니다.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신고는 2천6백여 건.

5년 전인 2018년 645건에 비해 4배 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부당 해고, 주 최대 52시간 근로 등 근로기준법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는 지켜야 할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사장은 의무 사항인 근로 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았고 4대 보험 가입도 외면했습니다.

사장은 출산휴가의 경우 고용노동청에서 기각됐고, 다른 사안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검토 후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법이) 적용되는 조항에 대한 것을 (해고) 이유로 삼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다는 그런 제도상의 미비점을 악용해서 그렇게 해고를 한 것이다."

2025년 2월부터는 배우자가 출산하면 휴가가 10일에서 20일로 늘어납니다.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영세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