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음속 순항, 한때 필수에서 선택으로
5세대 전투기 개발 초기만 해도 초음속 순항 능력은 제공권 장악을 위한 핵심 기술로 여겨졌다. F-22와 J-20처럼 애프터버너 없이 마하 1.3 이상의 속도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은, 공대공 미사일 사거리를 극대화하고 요격 범위를 넓혀 공중전 우위를 보장했다.

높은 고도에서 고속 비행하며 미사일을 발사하면, 발사 순간의 속도와 고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보다 먼 거리에서 빠른 타격이 가능했다. 그러나 기술 환경 변화와 적외선 탐지 능력의 비약적 발전은 이 능력을 더 이상 절대적인 이점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적외선 탐지 기술의 급성장과 위험성
초음속 순항 시 기체 표면은 공기 마찰로 인해 큰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은 강력한 적외선 신호로 변환되어 먼 거리에서도 탐지가 가능하다. 최근 중국은 15km 고도에서 비행하는 무인기에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F-35A를 정면에서 350km, 후방 배기열 기준으로 최대 1,800km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초음속 순항을 수행하는 기체일수록 더 강한 열 신호를 발생시켜 오히려 탐지 거리를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과 일본은 이런 기술적 현실을 고려해 차세대 전투기에서 초음속 순항 능력을 과감히 제외했다.

해외 사례와 전략 전환
영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 중인 GCAP 6세대 전투기는 초음속 순항 대신 연료 탑재량 증대와 무인 전투기 통제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열을 줄이면 탐지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장거리 작전 능력과 플랫폼 역할이 강화된다.

미국의 F-35 역시 연료 기반 냉각 시스템(FTMS)을 적용해 적외선 신호 억제를 시도했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GCAP에 한층 발전된 냉각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보다 ‘보이지 않게’가 공중전 생존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현실적 선택
KF-21 기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서 우리나라는 초음속 순항보다 무인기와의 협업 능력, AI 기반 전장 통제 기술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고출력 엔진과 적응형 사이클 엔진이 필요한 초음속 순항 능력은 기술 장벽이 높고 개발 비용이 막대하다. KF-21 개발에 투입된 예산보다 더 큰 재원이 소요될 수 있어, 현실적인 성능 목표 설정이 불가피하다. 대신, 스텔스 무인기와의 네트워크 전투, 장거리 작전 능력 강화 등 향후 공중전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 공중전에서의 전략적 가치
차세대 전투기는 단순한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무인기와 센서 네트워크를 통합한 복합 전투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고성능 적외선 센서를 탑재한 무인기와의 협력, 발열 억제 기술, 장거리 작전 능력은 향후 제공권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채택한 전략은 비용 효율성과 실효성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 접근으로, KF-21 기반 6세대 전투기가 완성되면 미래 전장에서 유연하고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중의 고속 전략과는 다른, 그러나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