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 화장품 ODM 톱5, 주가에 ‘울고 웃네'

서울 서초구 소재 한국콜마종합기술원 전경 / 사진 제공 = 한국콜마

나날이 오르는 실적과 반대로 우하향하던 주가에 골머리를 앓던 국내 주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바닥을 다진 모양새다. 올해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K뷰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최근 한 달간 냉담하던 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간 화장품주의 실적 대비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고 업계가 진단하는 만큼 조정 후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를 비롯해 코스메카코리아·씨앤씨인터내셔널·한국화장품제조 등 국내 주요 ODM·OEM 업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일제히 상승해 장을 마쳤다. 코스맥스는 9.9%(1만2800원) 오른 12만2500원, 한국콜마는 6.1%(3200원) 오른 5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외 코스메카코리아는 10.6%, 씨앤씨인터내셔널은 15.7%, 한국화장품제조는 15.8% 상승한 가격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모처럼 반등세

최근 3개월 간의 한국콜마 주가 추이. 11월 이후 주가는 급격히 하락해 2일 5만1600원에 거래를 마감한 뒤 이날 반등했다. / 사진 = 네이버페이 증권

주가 반등 소식을 반기는 이유는 최근 한 달간 이들 업체의 주가가 하락선을 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4일과 전날인 이달 2일 종가를 비교하면 코스맥스는 15만5300원에서 12만9700원으로, 한국콜마는 6만9900원에서 5만2600원으로 각각 19.7%, 32.9% 하락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양대 축을 필두로 코스메카코리아·씨앤씨인터내셔널·한국화장품제조 3개사의 낙폭은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인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의 주가는 각각 60.3%(7만8400원→4만8900원), 71.9%(6만7400원→3만9200) 떨어졌다. 코스피 상장사 한국화장품제조의 경우 하락폭은 98.1%(8만4000원→4만2400원)에 달했다.

코스메카코리아의 3개월 주가 추이. / 사진 제공 = 네이버페이 증권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자 일각에선 K뷰티 산업을 향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K뷰티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피크아웃‘ 전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를 앞두고 예고한 ‘관세 폭격‘도 이를 거들었다.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K뷰티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가 내림세는 이들 기업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코스맥스는 매출 1조6081억원(누적)을 기록하며 화장품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썼고, 한국콜마는 3분기 매출 6265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같은 3분기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 한국화장품제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외형과 수익성이 늘었다.

바닥 다졌나

한국화장품제조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여타 ODM 업체와 마찬가지로 11월들어 주가 하락을 겪은 뒤 2일 4만2200원을 거쳐 이날 반등했다. / 사진 제공 = 네이버페이 증권

ODM·OEM 5사의 주가가 반등세에 접어들며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K뷰티를 향한 우려가 씻긴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일 올해 1~11월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가 93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였던 2021년 한해 수출액(92억달러)을 뛰어넘는 수치다. 동시에 사상 처음 한해 화장품 수출 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도 감돌았다.

이날 화장품 위탁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K뷰티 유통 업체인 실리콘투 등 화장품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전무는 “11월 포괄적 관세 정책으로 K뷰티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우려를 많이 받았다“면서도 “미국향 수입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막 진출하기 시작한 신생 국가도 많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K뷰티가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