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왜 美 로봇법인 세우나…'로보틱스아메리카' 셈법

기아 '2026 CEO 인베스터데이'의 질의응답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기아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로봇 양산을 위한 생산법인을 설립한다. 기술개발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맡고 신설법인이 생산과 사업 운영을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양산을 분리해 로봇을 독립적인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그룹이 생산·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이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후 신설법인의 지분구조에 따라 로봇사업의 통제권과 수익배분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양산은 신설법인

기아는 최근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내 로보틱스 생산 및 총괄법인인 '로보틱스아메리카(가칭)'를 설립하고 그룹사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보틱스아메리카의 생산거점은 미국과 한국을 모두 후보로 놓고 검토되고 있다. 최종 생산체제는 현지 수요를 우선 반영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로봇 양산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양산하고 2030년까지 연간 3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은 양산 주체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닌 별도법인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술개발과 시스템 설계를, 로보틱스아메리카는 생산과 사업 운영을 맡는 구조로 R&D와 양산·사업 기능을 분리해 로봇을 독립적인 산업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생산, 원가, 지식재산권(IP), 데이터 권리, 제품 책임까지를 하나의 법인에서 관리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기술은 외부 자회사에 두고 양산과 사업화는 그룹이 직접 통제하는 전형적인 수직계열화 모델에 가깝다. 즉 자동차 사업에서 축적한 제조·공급망 운영역량을 로봇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분구조 시나리오 살펴보니

로보틱스아메리카의 지분 설계는 향후 현대차그룹 로봇사업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다. 지분구조에 따라 통제권은 물론 수익배분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계열사가 주도권을 쥐는 집중형 구조로 갈지, 주요 계열사들이 역할에 맞춰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로 갈지가 주요 쟁점이다.

현대차 주도형 시나리오를 택할 경우 로보틱스아메리카는 사실상 현대차 또는 그룹 미국법인이 지분 과반을 가진 제조 자회사가 된다. 기아·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는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가장 큰 장점은 의사결정 속도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 및 현지 공장 운영전략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정의선 회장이 미국을 장기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방침을 거듭 밝힌 만큼 그룹 차원에서 통제력을 직접 확보하려는 유인도 충분하다. 다만 다른 계열사들이 소수 지분으로 참여할 경우 그룹 내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통제력은 강하지만 내부 연합구조를 넓게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계열사 공동출자 방식의 컨소시엄형 합작법인(JV)이 거론된다.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각사의 역할에 맞춰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계열사별 기여가 비교적 명확한 만큼 특정 회사가 수익을 독식하기보다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을 반영해 이해관계를 나누는 방식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특히 로보틱스아메리카 설립계획이 기아 인베스터데이에서 공개된 것은 내부적으로 계열사 공동참여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로봇사업은 아직 실험과 수정이 잦은 단계다. 공동지배 구조에서는 라인 증설, 생산전환, 원가 구조조정, 부품조달 체계 재편 같은 핵심 결정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사회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라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실물이 공개됐다. /사진=최지원 기자

외부 투자자를 포함한 JV 모델 역시 유력한 선택지다. 로봇 양산은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크고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룹이 경영권은 유지하되 외부 자본을 일부 유치해 재무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로보틱스아메리카를 단순 생산자회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성장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라면 외부 투자자 참여는 자금조달뿐 아니라 향후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경우 가장 현실적인 구조는 그룹이 과반 또는 확실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일부 지분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가 최대 지분을 확보하고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함께 참여해 그룹 전체의 지분을 60∼70%로 맞춘 뒤 나머지 30∼40%를 외부에 개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그룹은 전략적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초기 투자 부담을 분산하고 필요할 경우 다양한 자본조달 옵션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 별도의 생산법인을 두려는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도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고객·규제·공급망이 지역별로 분절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확장과 지역별 민첩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비롯한 핵심 생산거점이자 260억달러의 투자계획이 집행되는 시장이다. 로보틱스아메리카가 미국형 규제와 조달, 고용, 제품 책임 체계를 흡수하는 로컬 운영 법인으로 설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로보틱스아메리카의 법적 구조, 생산지, 가동시점 등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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