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부정수급 잡았는데 신고 보상금은 ‘누락’
신분 노출 우려해 공동 접수
권익위, 대면조사까지 해놓고
“신고자로 보기 어렵다”
통보 담당 조사관 “실수 인정해야”
권익위 “지급 여부 재검토”
국민권익위원회 직원의 실수로 부패행위 신고자의 보상금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는 신원 노출을 우려해 시민단체 대표와 공동으로 신고했는데, 권익위가 신고를 접수하면서 주 신고자의 이름을 누락한 것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A씨는 2019년 7월2일 한 노인장기요양원의 불법행위를 권익위에 신고했다. 해당 요양원은 허위로 직원 수를 늘려 장기요양급여비용과 지방 보조금을 부정수급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한 것이다. 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신고 사실이 알려질까 우려해 시민단체 대표 B씨와 공동으로 신고를 했다. 신고는 A씨 이름으로 하되 본문에는 B씨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식이었다.
권익위도 신고자가 A씨라는 것을 인지하고 A씨에게 답변을 보냈다. 답변서에서 권익위는 “안녕하십니까 A님”이라고 A씨 이름을 기재한 뒤, “귀하께서 문의하신 노인요양원 불법행위와 관련해 2019년 7월4일 귀하와 유선전화를 통해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고 구체적인 의견을 청취했다”고 알렸다. 이후 대면조사도 사안을 잘 아는 A씨를 상대로 진행했다.
조사에 착수한 권익위는 해당 요양원이 10억원가량의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을 확인했다. 요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수급한 장기요양급여는 7억6051만8930원, 장성군으로부터 받은 지방보조금은 2억9700만원으로 드러났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7억6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환수가 이뤄지자 권익위 보상과 직원은 2020년 6월 A씨에게 보상금을 신청하라며 보상금 지급신청서 양식을 보냈다. 이에 A씨와 B씨는 공동신고자 자격으로 보상금지급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와 B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약 1억4640만원이다.
그러나 권익위는 지난 8월 돌연 입장을 바꿔 A씨에게 “신고원장 확인 결과 B씨가 본인의 인적사항과 신고 취지를 기재한 기명의 문서로써 신고서를 제출했음이 확인되었다”며 “귀하를 신고자로 보기 어려워 종결 처리했다”고 통보했다. 접수 담당 직원이 서류를 작성하면서 A씨 이름을 누락하고 B씨 이름만 기재해 A씨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권익위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권익위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보상 신청도 권익위가 시켜서 하게 된 것인데 이제 와 신고자가 아니라니 황당하다”고 했다. 담당 권익위 조사관 역시 “모든 조사가 A씨를 통해 이뤄졌다. 권익위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환수처분 대상이 환수에 불복해 법률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며 “법률관계 확정 뒤 신고자 등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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